바야흐로 ‘반려’의 시대. 견(犬)과 묘(猫)를 넘어 세계의 희귀 파충류, 어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지금, 마냥 이들을 예뻐할 수만은 없는 묘한 사진집을 소개한다. 이름하여 ‘Favela Narco Pets’.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Pablo Escobar)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Narcos)”를 시청한 이라면 이름에서부터 불길한 기운이 느낄 수 있을 것. ‘Favela Narco Pets’는 브라질의 수도 리우 데 자네이루 주변의 빈민촌, 파벨라(favela)에서 활동하는 마약 밀매업자들의 반려 동물을 담은 사진집이다.
해당 사진집은 푸리아 코자스테하페이(Pouria Khojastehpay)의 출판 레이블 550BC가 기존 3부작으로 출간했던 동명의 진(zine)을 하드커버로 엮은 작품이다. 550BC는 앞서 리우 데 자네이루 파벨라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 코만도 베르멜류(Comando Vermelho, CV)와 테세이로 코만도 푸로(Terceiro Comando Puro, TCP)의 모습을 담은 사진집 ‘Favela Máfia’를 출간한 바 있는데, ‘Favela Narco Pets’는 그의 스핀 오프 격 작업물인 것이다. 두 그룹은 주로 마약과 무기 밀매를 일삼고 있지만, 종종 세계의 희귀 야생 동물을 거래하기도 하는데, 그중 일부를 조직원들이 전리품으로 이들을 취하거나 혹은 애정 어린 마음에 직접 기르는 모습을 사진집에 담아냈다.
글록 권총, AR-15 소총 등 무시무시한 무기가 잔뜩 쌓인 풍경 속, 이 존재의 의미를 알리 없는 순진무구한 원숭이, 앵무새, 강아지, 뱀의 모습은 아이러니한 매력을 자아낸다. 특히, 소총의 어깨끈을 물어뜯는 원숭이나 갱스터 금목걸이를 한 강아지의 모습은 마피아의 잔혹한 모습보다는 유쾌하고 귀여운 감정을 떠오르게 한다. 허나 마냥 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볼 순 없다. 2019년 한 앵무새가 ‘마약 밀매 앵무새’라는 혐의로 브라질 경찰에 체포되기도 한 만큼, 마피아 조직은 해당 동물들을 범죄 수단 혹은 돈벌이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 반려 동물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과 마피아의 악랄함, 극과 극의 세계가 충돌하는 묘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Favela Narco Pets’ 찬찬히 훑어봐도 좋겠다. 사진집은 550BC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550BC, These 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