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의 한 갈래로써 파생된 ‘편집 디자인(Editorial Design)’. 편집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학창 시절 미술 시간 나아가 시각 디자인에 흥미가 있어 자료를 찾아보았던 독자들은 편집 디자인을 떠올릴 때 “북 디자인”을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편집 디자인은 기록 문화가 태동하던 선사 시대부터 발전되었던 디자인 장르로서, ‘선, 문자, 이미지’와도 같은 오브제들을 효과적으로 배열한 후 그것들의 시각적 질서를 부여하며 레이아웃(Layout)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고유한 스타일을 어떻게 하면 디자이너의 의도에 맞게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을 고민한다. 마냥 가볍게 보기 어려운 심오한 영역의 예술 분야라 할 수 있는 셈.
이미지를 배열하고, 효과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전략으로서 발전된 탓에 편집 디자인의 기원은 기록 문화의 태동이라 일컫던 선사 시대의 상형 문자부터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 편집 디자인은 앞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그래픽 포스터(Graphic Poster), 소책자인 진(Zine), 나아가 북 디자인의 영역으로 확장되며 인쇄 매체와 미디어를 넘어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소재의 매력적인 편집 디자인 아카이브가 범람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은 편집 디자인의 기본에 충실한 아카이브 계정 ‘페이지스프레드(pagespread)’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페이지스프레드’는 계정주인 나오유키 유메츠(Naoyuki Umetsu)가 그래픽 디자이너 bubbe와 같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으로서, 본지에서 소개한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과거 디자인 아카이브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를 탐구한 디자인 아카이브북, 그리고 홈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픽 포스터까지. 그래픽 디자인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과거 출판물들을 수집하고 그것들을 판매하는 온라인 아트 북 스토어라 할 수 있다.
계정을 살피다 보면, 편집 디자인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레이아웃,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기본 뼈대인 글자와 이미지의 구성 비율에 근거한 스프레드 페이지(Spread Page)를 다수 발견할 수 있다. 문자, 나아가 문자가 연속된 줄글은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배열 순서를 조작할 경우 독자들에게 일종의 보는 방법이자 규칙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책은 사람의 눈이 움직이는 방향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히게끔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읽는 순서를 제작자가 조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지그재그 방향으로도 줄글을 읽을 수 있고, 보편적인 방향과는 다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히게끔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읽는 순서를 다르게 부여할 수 있다. 이처럼 문자의 배열 순서 조작으로 이루어진 스타일과, 사진과 그래픽 등의 이미지 그리고 문자의 비율이 50:50으로 이루어진 스타일, 마지막으로 이미지가 주인 70:30 비율로 이루어진 스타일 등. ‘페이지스프레드’는 레이아웃을 구성하는 기본 뼈대에 충실한 아카이브들이 피드를 수놓는다. 여러모로 편집 디자인을 전공하는 자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소셜미디어 계정인 셈.
이렇듯 ‘페이지스프레드’는 전공자에게 충실한 소셜미디어 계정이지만 고리타분한 디자인 전공 지식이 아니더라도, 그냥 눈으로 보고 즐기기에 무리가 없을 감각적이고 세련된 아카이브들이 피드를 장식한다. 자신이 진을 비롯한 소책자를 만들고 싶다거나, 그로부터 확장된 미디어의 이미지 디자인 질서를 부여하는 편집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고 싶다면, 오늘 하루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가볍게 눈으로 보고 즐겨도 괜찮다.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pagespread 인스타그램 계정
pagespread 웹 사이트
이미지 출처 | pagesp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