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진작가 노부요시 아라키(Nobuyoshi Araki: 1940~ ). 평생에 걸쳐 이룩한 그의 사진을 짧은 글로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내가 사진이다”라고 스스로 공표했듯, 아라키의 삶과 철학은 모두 사진에 담겨 있다. 그동안 350권이 넘는 사진 에세이를 발표한 그에게 사진은 매일 기록하는 일기, 삶 그 자체와 다름없다. 인간의 죽음, 섹스, 본디지, 사물의 에로틱한 표현 등 논란의 경계에 있는 그의 사진 역시 그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1964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담은 [Satchin]으로 제1회 태양상을 수상,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일본 사진계에 두각을 드러낸 노부요시 아라키는 이후 영화, 문학, 사진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에로틱한 그의 사진은 잦은 외설 시비에 시달렸지만, 그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는 아내 요코와 결혼하고 나서부터 1990년, 암으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동반자였던 그녀를 카메라에 빼곡하게 담았다.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노부요시 아라키는 사진가로서 큰 전환점을 맞는다.
요코의 죽음을 계기로 그의 사진은 더욱 파격적이고 노골적인 성향을 띤다. 그의 사진 중에서도 많은 논란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었던 ‘Kinbaku’ (=Bondage: 여성을 줄로 묶고 성적 흥분을 느끼는 행위)는 노부요시 아라키를 대표하는 시리즈다. 이 사진으로 그를 접한 이들은 단순히 성적 이미지에 집착한 변태 사진광 할아버지 정도로 기억할 수도 있겠다. ‘Kinbaku’ 프로젝트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여성의 육체만을 구속할 뿐이다. 영혼은 구속할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에 놓인 아라키의 사진은 언제나 도마 위에 오르기 바빴는데 1988년, 그의 사진이 실린 잡지 [사진 시대]가 회수됐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연 개인전 [Our Tokyo]의 전시 카탈로그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갤러리 큐레이터가 체포된 적이 있다. 그는 여느 천재가 그렇듯, 대중의 비난과 사랑을 동시에 받았다.
노부요시 아라키의 사진을 포르노그래피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의 사진은 남성의 자위를 목적으로 생산된 결과물이 아닐뿐더러 그는 자신이 찍는 여성과 언제나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그저 두 사람의 욕정을 표현했을 뿐. 그래서 그가 찍은 사진에는 여성의 이름이 정직하게 쓰여 있다. 아라키가 찍은 여성들은 기꺼이 옷을 벗었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Bondage’ 역시 소재의 차이일 뿐,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그를 대표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Bondage’가 오히려 그의 세계를 한정 짓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그의 사진은 에로스와 파토스의 결합이다. 또한, 사랑과 죽음을 내포한다. 굴곡진 삶을 살아오면서, 특히 아내를 잃으면서부터 아라키의 카메라는 섹스와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이전보다 더욱 과격한 방식으로 집요하리만치 여성의 육체를 탐닉했다. 그에게 여성의 육체는 곧 사랑과 죽음이다. 그리고 사진은 그에게 있어서 욕망의 분출구이자 사랑, 죽음, 섹스를 은밀히 기록한 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