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주의의 징후를 탐색하는 전시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일민미술관

4월 12일, 일민미술관에서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 전시가 개막했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박민하, 송세진, 윤영빈, 이유성, 전다화, 정연두, 차지량, 홍진훤, 황민규, isvn, 스티브 비숍, 정 말러, 총 12팀이다. ‘영원주의(Foreverism)’는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경험하지 않은 시대나 대상을 그리워하는 감정이 사회, 문화, 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뜻한다. ‘포에버리즘’은 우리 삶에 나타나는 영원주의의 징후와 그에 답하는 동시대 시각 문화의 모습을 탐색한다고 한다. 전시 부제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는 문학동네시인선 200호가 수록한 시인 안희연의 글에서 인용했다고.

전시 참여 작가들은 영원함의 속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시청각 이미지에 의해 구성되는 서사와 정체성을 면밀히 탐구하는 한편, 파산을 유예하려는 정치의 공회전으로부터 자의적인 표류를 시도한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촉진된 연결 상태의 과열, 그리고 이미지의 과다를 현실의 토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그 경향을 반복과 회귀로부터 건져 올려 불능한 것으로 선고된 역사를 재건하려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리움이 이 시대의 가장 큰 산업이 된 현재, 문화비평가 그래프톤 태너(Grafton Tanner)는 이 현상을 ‘영원주의’로 설명하고 있다. 영원주의는 기록과 저장을 위해 개발된 매체 기술에 기반하지만,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고 기억하는 것, 그로부터 영감을 얻는 것에서 나아가 무엇도 종결되지 않는 특유의 상태를 유발한다. 우리가 몸담은 세계가 오직 무언가의 잔여물만으로 영원히 지속하는 듯한 불길한 감각은 오늘의 미술을 근본적인 위기에 봉착시킨다. 즉, 영원주의의 출현은 미술을 제도에 종속된 수평적인 형식의 키 맞춤으로, 또는 매끈하고 교묘한 유사 파생상품으로 의심하게 만들고, 미술이 과거를 반영하는 방식을 순환논증으로 굴절시킨다.

‘포에버리즘: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는 이러한 시대적 경향을 관찰하며 독자적인 출구를 모색하는 동시대 작가들을 소개한다. 회화는 물론, 입체 및 비디오 등 여러 매체로 ‘영원주의’를 풀어나가고 있는 전시를 통해 시간성이 현실을 이루는 방식을 통찰하고, 지금 우리 삶에 나타나는 징후와 그에 답하는 동시대 시각 문화의 양상을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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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정보

날짜│2024년 4월12일(금) ~ 6월23일(일)
장소│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152, 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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