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 않고 부서지고 깨지는 그래픽과 도통 정체를 알 수 없는 코드. 마치 인간, 아니 세계가 본래 치밀하게 계산된 컴퓨터 시스템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듯한 기묘한 영상 시리즈는 교토 출신의 아티스트 야마모토 코우(Kou Yamamoto)가 최근 선보이는 획기적인 비주얼의 작품이다. 그는 스스로를 댄서이자 뮤지션, 프로그래머, 드라마트루그[1], 안무가, 그래픽 디자이너로 소개하며 실로 이 모든 장르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작업물을 선보이고 있다.
야마모토 코우의 작업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면 그가 2007년부터 갈고닦아 온 브레이크 댄스와 현대 미술을 방불케 하는 실험적 사운드를 결합한 영상 시리즈일 테다. 코우는 댄스팀 ‘nouses’ 소속으로, 일본에서 열린 댄스 선수권 대회에 수차례 입상한 바 있는 확실한 경력의 실력자다. 그러나 코우의 몸짓은 힙합이 아닌 기술과 신체의 관계를 탐구하는 예술의 영역으로 뻗어나간다. 교토의 자연과 신사의 고요함 속에 자란 그는 힙합 대신 실험성 다분한 구체 음악[2]과 필드 레코딩 그리고 비주얼 사운드 프로그램 ‘TouchDesigner’를 춤과 결합해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에러가 발생한 컴퓨터 화면을 보는 듯한 코우의 작업물이 흥미로운 데에는 감각적인 음악과 춤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 핵심은 가장 자연스러운 자연 본연의 움직임을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기계적 요소로 잡아두는 데 있다. 그는 레드 아이(Red Eye)와의 인터뷰를 통해 “즉흥적 움직임과 많은 규칙을 부여하는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매우 유사하다. 어떻게 보면 ‘제한’을 두는 것일 수 있지만 이러한 제한이 표현의 풍부함을 더욱 높인다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코우가 그리는 유연한 몸짓 외에도 흔들리는 꽃과 바위 사이로 들이치는 파도 혹은 터미널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등, 자연스러운 세계의 모습은 프로그래밍된 화면 안에 갇혀 조각조각 분해된다. 그리고 이에 더해진 코우의 여백 같은 음악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보일 수 있는 움직임들을 부드럽게 융화한다(야마모토 코우의 감각적인 음악 작업을 따로 만나보고 싶다면 그의 부계정을 참고해 보자).
일찌감치 코우의 작업물을 알아본 Y-3는 그와의 작업을 통해 창의적 캠페인을 구현하기도 했다. 주관적 감정에 따라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신체를 가장 객관적인 기술, 그러니까 카메라와 프로그래밍을 통해 인식한다는 야마모토 코우. 다채로운 요소를 통해 새로운 체계를 확립한 그의 작업물을 함께 감상해 보자.
이미지 출처 | Red E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