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Banksy)가 런던을 동물원으로 꾸미고 있다. 8월 5일 담벼락 위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산양을 시작으로 창문 속 마주 보고 있는 코끼리 두 마리, 그리고 브릭레인 다리 위 줄타기를 하는 원숭이 세 마리에 이어 어제는 위성 접시를 보름달 삼아 울부짖는 늑대를 그렸다.
지난 3월 가지가 잘린 나무를 활용한 벽화 이후 잠잠하던 뱅크시의 등장, 그리고 연작으로 이어지는 작품 활동에 영국 시민은 물론, 전 세계의 뱅크시 팬이 그다음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다. 뱅크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작품 사진만을 차례차례 게시할 뿐, 그에 관해 일절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근래 영국에서 일어난 극우 폭동 속 난폭한 군중을 동물과 비교하고 있다는 논평, 그리고 인간으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그림으로써 경각심을 전달하고 있다는 의견 등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와중 안타까운 소식은 가장 최근 그려진 위성 접시 위 울부짖는 늑대가 도난당했다는 것. 작품이 완성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복면을 쓴 두 남성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위성 접시를 해체 후 이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으며, 아직 그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과연, 사라진 늑대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 그리고 런던 시내에 나타날 다섯 번째 동물은 무엇이 될지,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자.
이미지 출처 | Bank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