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 시기 미국 정부가 수집한 170,000장의 사진들

 

포토그래머(Photogrammar)라는 웹 서비스를 알고 있는가? 작년, 예일(Yale) 대학은 1935년부터 1945년까지 미국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사진 약 170,000장을 지역별로 손쉽게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도록 포토그래머(Photogrammar)라는 웹 기반 프로그램을 고안해냈다. 이렇게나 많은 사진이 어찌해서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몰렸는지, 그리고 이 많은 사진을 미국 정부가 왜 보관했는지에 대한 대답은 당시의 미국 역사를 짚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1929년, 미국 뉴욕 월가의 주가 대폭락이 발단이 된 대공황은 전 세계로 번져나가 약 10년간 이어졌는데, 이 시기에 미국 정부는 자국의 포토그래퍼들을 활용하여 이주민, 노동자들의 삶을 낱낱이 기록하는 대규모 다큐멘터리 사진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사진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은 정부는 국민을 계몽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진작가들에게 특정한 시각을 교육했고, 어두운 현실에 처한 농촌을 밀착해서 기록한 이 프로그램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미국 FSA(농업 안정국) 소속 경제학자 로이 스트라이커의 지휘 아래 정부가 주도한 이 사진 프로젝트는 초기의 목적과는 다르게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의 업적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평가받지만, 어쨌든 이 거대한 작업을 통해서 미국은 가장 암울했던 시절을 고스란히 기록해둘 수 있었다. 도로시어 랭, 워커 에번스, 아더 로스스테인, 러셀 리, 고든 파크스 등 걸출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이 이때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위대한 사진들을 남겼다.

우선 포토그래머에 접속해보자. 지역별로 세분된 미국 지도가 나올 것이다. 여기서 원하는 도시를 클릭하면 해당 지역에서 사진작가들이 촬영한 사진이 나열되고, 다시 사진을 클릭하면 확대 이미지와 함께 해당 사진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검색 창에서 사진작가 이름이나 촬영연도 등 다양한 주제로 찾아볼 수 있어서 굉장히 편리하다. 이렇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국의 스케일에도 놀라지만, 추후 이 거대한 아카이브를 차곡차곡 분류한 후손들의 작업에도 손뼉 칠만하다. 이 작업들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다시 한국의 사정에 관심이 간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세워진 국가인 만큼 20세기 한국 사진들의 저작권을 우선 해결한 뒤, 이와 같은 작업을 진행한다면 그것 역시 한국 사진사에 있어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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