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남부 지역, 브릭스턴(Brixton)은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서 살아간다. 위대한 뮤지션, 데이비드 보위가 태어났으며, 펑크(punk)를 비롯한 각종 문화의 자양분이 된 브릭스턴. 1900년대 초반, 이곳에는 이미 동성애자들이 밀집해있었다. “너는 기혼자인가? 아니면 브릭스턴에 살고 있는가?”라는 웃지 못할 농담은 당시의 이 지역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이후 브릭스턴에는 아일랜드계, 흑인 이민자들이 상당수 유입되었고, 갈 곳 없는 이들이 빈 건물에 무단 거주하는 이른바 ‘스콰트(Squat)’ 문화가 성행했다. 그야말로 예술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모두 갖춘 셈. 그러나 사회, 경제적으로도 많은 혼란을 야기한 이 지역은 1981년, 근 100년간의 영국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민 집단 반발 사태인 ‘Brixton Riots’을 겪는다.
브릭스턴은 언제나 변화의 최전선에 있었다. 작은 동네지만, 이곳을 영원히 보전하려는 움직임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지난달 300페이지에 달하는 사진집, ‘Great Brixton’을 발간한 디렉터 Scott Leonard는 브릭스턴에 사는 사람들, 아이들, 축제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성, 인종,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를 말할 수 있는 그런 곳이야말로 모든 이들이 꿈꾸는 이상향일 것이다.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는 브릭스턴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이에 가깝다. 국적을 나누는 기준은 사실, 같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기록은 곧 미래를 의미하는 것. 브릭스턴의 지난날을 음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