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아티스트가 담벼락에 그린 그림을 직접 지우는 웃지 못할 일이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경찰이 무서워서도 아니고, 건물 주인에게 걸려서도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최근 스트리트 아트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경매 시장을 통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개인이 유명 작가가 그린 벽화를 떼어다가 팔거나, 미술기관이 수집 목적으로 가져가는 일이 빈번하게 생겨났다. 돈에 눈먼 개인과 집단 권력에 대항해 길거리 예술가들은 결국, 자신의 작품을 직접 지우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볼로냐 Genus Bononiae 뮤지엄이 개최하는 ‘Street Art: Banksy & Co. – L’Arte allo Stato Urbano’ 전시를 앞두고 Blu를 비롯한 스트리트 아트 그룹은 볼로냐 지역에 있는 자신의 벽화를 모두 지웠다. 전시를 주최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만, 벽화를 갤러리 안으로 들인다는 발상 자체가 우습지 않나? 들꽃이 예쁘다고 액자에 걸어놓을 셈인지. 그림이 훼손되는 걸 방지한다는 명목 아래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관리해주는 거라고 말하지만,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소린가. 조금 찾아 보니 Genus Bononiae를 후원하는 단체는 볼로냐 지역에서 가장 큰 금융 재단이라고 한다. 벌써부터 돈 냄새가 난다.
애초에 반골 정신으로 가득 찬 놈들이 제도권 예술에서 벗어나 벽에다가 싸지르고 다니는 게 길거리 예술일진대, 그걸 되려 답답한 갤러리 안으로 들여보내 준다니 터무니없는 소리. 발상도 얼마나 고고한지 어차피 길거리 예술이니 소유권도 없겠다, 전시 흥행시키고 잘 되면 높은 가격에 팔아 재낄 생각만 하면서 예술, 역사, 가치 따위의 말은 잘도 늘어놓는다. 권력이나 자본에 대항하기 위해 예술가들이 택한 방법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직접 지우는 일이라니 그저 답답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