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류에게 다시 한 번 ‘방사능’의 무서움을 알린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도시 하나를 완전히 괴멸시켰다. 이 봉인된 디스토피아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많은 사진작가가 후쿠시마를 찾았지만, 이번에는 그 수위가 한층 높다. 27세의 말레이시아 사진작가 커 위 룽(Keow Wee Loong)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지역 중 가장 위험한 레드 존을 찾아가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구석구석을 들춰냈다.
너무도 위험한 지역이기에 정식 출입 허가를 받지 못한 그와 두 동료는 경비를 피해 숲 속으로 잠입을 시도, 3시간의 도보 끝에 결국 레드 존에 도달했다. 방독면과 GPS, 구글맵만을 소지한 채 후쿠시마를 돌아다닌 그는 착용하고 있는 방독면을 제외한다면 그저 배낭여행을 온 관광객의 모습처럼 피폭에 무방비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슈퍼마켓과 서점을 비롯해 민가까지 들어가 레드 존을 샅샅이 파헤친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곳에서 촬영하는 것을 즐긴다는 커 위 룽의 결과물은 용감하다기보다는 무모함에 가까워 보인다.
무인 세탁소에서 미처 수거하지 못한 세탁물, 사고 당시인 2011년에 머물러 있는 잡지와 달력은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곧바로 드러낸다. 방사능의 공포보다 사진작가의 안위를 걱정하게 하는 아찔한 작품을 천천히 감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