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태생 현대 미술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가 최근 체코 프라하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in Prague)에서 거대한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했다. 유럽 최대 화두인 난민 문제를 투영한 작업을 지속해서 선보인 그간의 행보와 궤를 함께하는 이번 설치미술은 그의 작업 중 가장 거대한 규모인 70m에 달하는 고무보트, 지중해를 유랑하는 난민을 형상화한 258개의 대형 인물 풍선으로 이뤄져 있다. 작품명은 ‘Law of the Journey – 여행의 법칙 -’.
천장에 아슬아슬하게 달린 고무보트와 그 안에 빽빽하게 구겨져 담긴 난민들, 심지어 보트에 승선하지 못해 갤러리 바닥에 떨어져 있는 인형까지 그 크기부터 관객을 압도하는 작품은 세계인에게 여러 시사점을 남긴다. 아이 웨이웨이는 만약 전쟁 희생자나 평화로운 장소를 찾는 이들을 보고도 묵인한다면, 진정한 위기는 고통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척하고 사는 사람들에게서 비롯될 것이라고 말했다. ‘Law of the Journey’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바로 그 전시 장소에 있다.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를 품은 국가 체코는 난민을 수용하라는 EU의 방침을 거부하며 그 비인도적인 행태가 언론에 알려져 국제적인 지탄을 받았다. 이민자에 폭력적으로 대응한 체코 프라하 중심에 거대한 이민자 보트를 세우는 작가의 의도 역시 일종의 도전으로 비쳐진다.
난민 수용 문제를 향한 아이 웨이웨이의 관심은 향후 본인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다큐멘터리 “Human Flow”로 이어질 예정. 아이 웨이웨이는 터키 해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이민자 소년, 알란 쿠르디(Alan Kurdi)의 죽음을 행위 예술로 표현한 것은 물론 – 이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 약 1만 4천여 개의 구명조끼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기둥을 덮은 설치미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이전부터 오랜 기간 중국 정치,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결과, 출국 정지처분 등 국가적 압력을 받아왔다. 중국 정부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설치미술, 건축, 인권 운동, 영화 제작까지 전방위적으로 사회적 맥락에 깊이 관계된 작품활동을 이어나가는 아이 웨이웨이의 궤적에서 우리는 한국 근현대사에 가장 가슴 아픈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세월호’를 자연스레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직접 감상해보자.
Ai Weiwei 공식 웹사이트
이미지 출처 ㅣ 프라하 국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