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제작한 소라게의 집

조물주 위에 건물주, 내 몸 하나 뉘일 공간 하나 갖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이 세상에 저 말 또한 더는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이런 세태 속에 부러운 생물이 하나 있다면, 단연코 소라게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이름처럼 소라는 물론 바닷가에 널린 다양한 어패류의 껍데기를 제집 삼는 소라게는 그 어떤 동물보다 개성 넘치는 외형으로 자신을 뽐낸다. 보통의 소라게라면 여러 패갑에 몸을 은신하지만, 일본 아티스트 이노마타 아키(Aki Inomata)는 이들에게 특별한 집을 선사한다.

아키는 CT 스캔을 통해 소라게가 사용하는 껍데기의 다양한 모습을 연구한 뒤 3D 프린터로 그들에게 새로운 집을 만들어 주었다. 세계의 유명 건축물을 등에 업고 다니는 소라게의 모습은 공산품과 생명체가 하나로 이어지는 기이한 광경을 이룬다. 2009년 일본에 있는 프랑스 대사관이 다시금 일본령으로 반환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시작한 프로젝트는 2016년까지 이어지며, 여러 번의 전시회도 가졌다. 뉴욕부터 네덜란드까지 세계 곳곳의 명소를 짊어진 소라게를 천천히 감상해보자.

Aki Inomata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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