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파란 피부, 핏줄이 보이는 뒤틀린 얼굴, 누군가 지목하는 손짓과 다시금 미국을 최고로 만들겠다는 슬로건까지. 그는 틀림없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혼잡한 페리페리코(Periferico) 애비뉴에 거대한 옥외광고가 세워져 화제다.
미국 시카고 일러스트레이터, 미치 오코넬(Mitch O’Connell)은 2015년 영화감독이자 작곡가 존 카펜터(John Carpenter)의 작품 “데이 라이브(They Live)”를 패러디한 옥외광고를 세웠다. B급 컬트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마니아 팬층을 확보한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 “데이 라이브”는 인간의 탈을 쓴 외계인들의 이야기로, 물질만능주의와 상류층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미치 오코넬은 도널드 트럼프가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이 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그는 반 이민자 정책을 펼치겠다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영화 속 메시지는 지금의 미국 정치, 사회 상황과 자연스레 연결되었고, 이에 옥외광고까지 만들게 된다.
작가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3,000달러(한화 약 340만 원)를 모아 광고비까지 마련했지만, 미국 전역에 걸친 무수한 광고회사는 “정치적 사건에 얽매이고 싶지 않으니 광고를 진행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거듭 퇴짜 맞은 그는 아예 다른 도시를 알아보겠다는 요량으로 다시금 적극적으로 옥외광고를 세울 곳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마침내 멕시코 광고회사와 연락이 닿았고, 지난 7월부터 제작에 돌입했다.
2015년 6월, 트럼프는 반이민자 정책을 추진하며 멕시코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발언과 아울러 멕시코 시민들에게 범죄자, 성폭행자라는 등 모욕을 일삼았다. 이에 미치 오코넬은 트럼프가 펼치는 반이민자 정책을 풍자하기 위해 광고를 만들게 됐다고 언급했다. 또한, 그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트럼프 풍자 광고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은 멕시코뿐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