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의 귀재, 로버트 노먼 밥 로스(Robert Norman Bob Ross)는 1994년, 미국 PBS 방송 프로그램 “The Joy of Painting”을 수입한 EBS가 한국식 제목으로 방영한 “그림을 그립시다”로 유명해졌다. 아프로헤어와 중년의 덥수룩한 수염은 그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90년대 이 프로그램을 본 세대는 여전히 밥 로스의 짤을 주고받으며 그를 추억한다.
밥 로스는 눈 덮인 창공, 고즈넉한 오두막을 쓱쓱 그려내며 “참 쉽죠”라고 말한다. 그림을 그리는 20분 남짓, 묘한 정적과 함께 찾아오는 평온한 시간은 시청자에게 심신의 안정을 제공했다. 가끔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낮잠을 청한 기억 또한 있을 터. 다시금 그 시절을 추억하고 싶다면,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를 한 편 시청해보자. 31 시즌, 모두 403편 방송된 에피소드를 무작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마르지 않은 물감 위에 덧칠하는 방법이나 그러데이션 사용법, 유분이 많은 물감을 바탕에 애벌칠하기 등 밥 로스 특유 화법을 감상할 수 있다.
밥 로스의 “그림을 그립시다”를 다시 볼 수 있도록 만든 이는 오스트리아 출신 컴퓨터 프로그래머, 펠릭스 아우어(Felix Auer)다. 그는 유년시절 밥 로스의 프로그램을 보고 자랐다. 향수와 그리움을 담은 웹사이트 ‘랜덤 밥 로스(www.randombobross.com)’를 열어 누구든 영상을 볼 수 있도록 공개했으며, 이어서 웹사이트 ‘투 인치 브러쉬 닷컴(www.twoinchbrush.com)’을 공개했다. 이곳에는 영상뿐만 아니라 그림 그리기에 필요한 재료와 물감의 색상까지 적어뒀다. 유화를 그릴 때 필요한 물감을 닦아내는 용매 시너, 기본 재료 캔버스 등 밥 로스가 즐겨 사용하던 미술 도구까지 추천한다. 피로로 찌든 일상에서 잠시 아늑함을 느끼고 싶다면, 함께 밥 로스의 그림 세계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