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학교 앞 문방구에 가면, 반으로 접힌 엄지손톱만한 종이 백여 장을 스테이플러로 박은 일명 ‘뽑기’라 불리는 놀이판이 있었다. 100원을 주고 한 장을 뽑을 수 있었는데, 스테이플러 심을 뽑아내고 접힌 종이를 펴 당첨과 꽝을 확인하는 일종의 건전 도박이었다. 상품은 문방구 주인 마음대로 정해졌으며, 당시 우리 학교 앞의 1등 상품은 60cm가량의 굉장한 크기의 ‘잉어엿’이었다. 어떠한 향도 들어가지 않은 그저 단맛이 나는 반투명한 누런빛의 엿은 또래 모두의 성배와도 같은 것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난 초등학교 졸업까지 잉어엿을 뽑지 못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 잉어엿이라는 단어조차 낯설어진 최근, 하릴없이 웹을 돌아다니다 굉장한 박력의 사탕을 발견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가 아닌 옆 나라 일본 공예가의 혼이 담긴 작품으로 데즈카 신리(Tezuka Shinri)라는 사람이 설탕을 통해 굉장히 예술적이고 세밀한 갖가지 동물 사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금붕어부터 도미, 개구리, 문어 등의 수생생물을 넘어 사자나 호랑이를 만들어버리는 재능은 내 유년기의 추억이었던 잉어엿을 떠오르게 함과 동시에 식품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예술세계를 보여줬다.
‘사탕 공예’라 명명된 이 예술은 기존 사탕을 90℃까지 가열한 뒤 가위를 사용해 조형하는 일본의 전통문화로 8세기경부터 이어져 왔으며, 옛 일본의 몇몇 마을에서 서민 오락으로 사랑받았다고 한다. 데즈카 신리는 이 세공 기술을 종합해 아메-신(Ame-Shin)이라는 이름으로 상품화한 뒤 매장과 체험 교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도쿄 내 두 곳에 매장을 두고 아사쿠사는 체험 교실로 스카이트리 타운은 사탕 판매점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관심이 있다면, 직접 방문해 사탕 공예를 체험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더욱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아래의 링크를 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