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을 새기는 행위에 누구나 각자의 의미가 있겠지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과 함께 본인에 대한 어떠한 정보를 나타내는 용도로 쓰이기도 한다. 일례로 갱단이 자신이 속한 집단을 보여주는 것이 있겠는데, 소련 내무부의 범죄학 수석 전문가 아르카디 브로니코프(Arkady Bronnikov) 역시 러시아 내의 마피아, 갱과 같은 범죄조직이 자신의 소속과 집단 내 본인의 위치를 몸에 새기는 것에 착안해 우랄과 시베리아 지역의 교도소를 돌며 범죄조직원의 문신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버젓이 적어놓는 경우도 다반사였으므로 브로니코프가 수집한 문신 정보는 러시아 내 경찰이 범죄자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위 선글라스를 착용한 범죄자의 문신 속 의미를 설명해보자면, 쇄골 위에 있는 별은 자신이 갱 내 꽤 높은 위치에 있다는 표식이며, 목 아래의 보타이는 누군가를 밀고했다는 의미로 조직의 배신자에게 ‘강제로’ 새겨지는 문신이다. 그리고 보타이 속 달러 표시는 이 사람이 조직 내 돈세탁을 도맡았다는 뜻이다. 문신만으로 그 사람과 범죄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것.
이런 범죄자 문신에 흥미를 느낀 브로니코프는 이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문신 도상학 전문가’라는 직함까지 얻게 된다. 이후 1966년부터 80년 중반까지 모은 사진 180여 장을 정리해 ‘Russian Criminal Tattoo Police File’이라는 제목의 사진집까지 발간했다. 책의 내용은 러시아 범죄자의 문신 사진과 함께 각 문신이 가지는 의미를 세세하게 적어두었으니 문신을 새기는 사람, 새기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구매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