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을 불문, 승용차 한 대로 도시와 도시를 유영하는 택시기사는 어쩌면 관찰에 특화한 직업일지도 모른다.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의 풍경과 도시인의 모습,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활동에 비추어 카메라와 함께 도시 곳곳의 모습을 기록한 택시기사를 이미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다. 매일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택시기사, 그리고 그 찰나를 포착하는 사진작가의 합은 상당한 화학작용으로 다채로운 작품을 만들어 낸다. 리안 웨이드만(Ryan Weideman)은 사진작가로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택시기사를 시작, 일이 잘 풀리지 않았는지, 이후 장장 20년간 택시기사로 뉴욕 도심을 활보했다. 언제 어디서나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았던 그는 차량을 운행하면서도 꾸준한 창작 활동을 이어나갔다.
자신의 택시를 탄 승객과 택시 바깥의 모습을 주로 촬영했는데, 당시의 작품은 1980년대 뉴욕과 그 속에 사는 여러 인물의 모습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인정받고 있다. 흑백으로 촬영한 연출 없는 뉴욕의 80년대 풍경을 천천히 감상해보자. 그 좁은 세계에서 바라본 세상의 풍경은 어떠했을까. 동시에 택시 안에서 촬영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독특한 구도와 차창에 비치는 불빛, 꽤 자주 등장하는 본인의 얼굴은 사진 감상에 재미를 더한다. 또한, 1991년 뉴욕에 위치한 브루스 실버스타인 갤러리(Bruce Silverstein Gallery)에서 ‘The My Taxi : New York After Hours’라는 제목으로 리안 웨이드만의 사진집을 출간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