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라는 단어가 생경해진 시대다. 영혼의 자유를 노래하던 히피의 시대가 불과 50년 전인데, 오늘날 우리는 영혼이나 정신 등의 주제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예술마저 자본주의를 이야기하는 지금, 여전히 인간의 영혼에 대한 진지한 시각을 보여주는 작가가 있다. 바로 미국의 조각가, 크리스티나 보스웰(Christina Bothwell)이다.
점토와 유리를 주재료로 작업하는 크리스티나 보스웰의 작품은 인간 내면의 영혼과 삶, 그리고 죽음과 긴밀히 맞닿아있다. 고대 유적에서 발굴한 인형 혹은 샤머니즘적 유물처럼 보이는 그녀의 작품에서는 신비로움이 느껴지는데, 실제로 크리스티나 보스웰은 히피 예술가 집안에서 자라며 경험한 수많은 영적 체험과 대자연의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혹자는 점토를 ‘육신’의 껍데기, 빛을 머금은 유리를 ‘영혼’으로 해석하기도 하고, 혹자는 작은 인형을 품은 큰 인형의 모습에서 여성성에 관한 메시지를 발견한다고 하는데, 글쎄. 확실한 것은 일반적인 유리 공예품과는 결이 다른 그녀의 작품이 모두에게 형언할 수 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아시아권에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그녀의 작품 몇 점이 신당동의 갤러리 스클로(Gallery Sklo)에서 소장 및 전시되고 있다고 하니, 흥미가 느껴진다면 직접 방문하여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굳이 어려운 성찰이 없더라도 그녀의 작품을 감상하는 일은 분명히 이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신비로운 체험 중 하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