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각의 바닷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에게 닿는 자극은 일상 속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매일 똑같은 풍경, 소리, 냄새를 접하며 사는 우리에게 일상은 지루함의 연속이다.
지루한 일상 속 풍경을 흥미로운 시각으로 변모시킨 루시 스패로(Lucy Sparrow)의 프로젝트가 8월 1일, LA에서 공개됐다. 펠트로 짜인 각종 상품으로 가득한 슈퍼마켓인 ‘스패로 마트 (Sparrow Mart)’가 바로 그것. 이는 작년 여름에 모든 상품이 조기 소진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던 펠트 식료품점 ‘8 ‘틸 레잇 (8 ‘Till Late)’에 이은 그녀의 다섯 번째 프로젝트다.
LA 다운타운의 스탠다드 호텔(The Standard Hotel) 2층에 자리 잡은 그녀의 프로젝트는 하나의 설치 예술 작품이자 8월 한 달간 영업하는 실제 매장이다. 펠트 과자부터 초밥까지 무려 31,000개 이상의 상품들로 가득하며, 가격대 역시 $1부터 $50,000까지 다양하다. 매장에 입장할 수 있는 손님은 한 번에 50명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각자 30분의 쇼핑(혹은 관람) 시간이 주어진다.
루시 스패로는 바이스(VICE)와의 인터뷰에서 다섯 번째 프로젝트로 슈퍼마켓을 선택한 이유는 폭력적이고 무서운 세상 속에서 슈퍼마켓이라는 공간이 가진 편안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예술에 집중했다고 말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 작업 역시 컨슈머리즘에 대한 비판이 아닌 하나의 즐거운 퍼포먼스로 바라봐달라고 덧붙였다. 이는 아마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 속 잊힌 사물이 우리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지 새로이 느껴달라는 뜻이지 않을까.
간단한 소재의 변화를 통해 일상을 즐거움으로 가득 채우는 루시의 상상력은 보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선물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보고 있으면 괜스레 즐거워지지 않는가. 이 역시 시각 예술의 순기능일 터. 하단 사진 속 돼지고기의 눈망울이 당신의 동심을 자극한다면,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본격적인 감상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