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일반인에게 공개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70년 넘은 담배 공장 부지를 재건축한 결과, 5층 규모의 거대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은 우리나라에선 최초인 개방형 수장고를 겸비한 미술관이다. 다시 말해, 미술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전시실로 활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는 이야기다. 김복진, 송영수, 백남준 등의 작품은 헐벗었기에 비로소 현대적인 예전 공장 건물의 내부에 밀도 높게 진열되었고 외부는 아직 공사 중이나, 지역 주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청주관의 개관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은 아시아 내 가히 최대규모의 몸집을 자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머리의 행방은 아직 묘연하다. 12월 13일, 미술관을 감싼 파벌 싸움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원 뮤지엄’을 내건 전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바르토메우 마리(Bartomeu Mari Ribas)가 퇴임했다. 직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시아의 거인급 미술관을 책임질 새로운 인사 선발 작업에 돌입했으나, 여러 풍문이 돌아 인사의 역량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선 공정성에 의문이 들게 한다. 이미 당선인이 정해져 있다는 질 나쁜 소문은 선거철만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메들리지만,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미술관 관장 후보 선별의 최종 단계인 역량평가의 면제를 고민 중이란 발표 후 미술계에선 그 의혹이 거세게 제기되었다. 발 없는 소문이 난무하는 지금 상황. 학연, 지연, 진영, 캠프 등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인사 해악을 들어내는 작업이 여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