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건축회사에 다니던 젊은 건축가 엔야 호나미(Honami Enya). 훌륭한 건축가로 거듭나겠다는 다짐도 잠시, 청운의 꿈을 안고 입사한 건축회사는 혹독할 정도의 업무 시간과 노동량을 선사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정신, 육체적인 한계에 다다랐다. 겨우 시간을 내어 찾아간 병원에서 의사는 지친 몸을 편안하게 다스릴 장소가 필요하다며, 그 공간으로 ‘목욕탕’을 추천해주었다. 그녀는 곧 코엔지 주변의 공중목욕탕 코스기유(Kosugiyu)를 찾아 피로를 씻어냈다.
일본어로 센토(銭湯)라고 불리는 공중목욕탕은 그녀의 신체와 정신을 정화하기 부족함 없었고, 이러한 목욕탕의 치유력에 영감을 얻은 엔야는 그녀의 특기인 건축 투영법을 적용해 일본 각지 목욕탕의 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의 이야기가 흥미로운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녀의 작업을 본 코스기유가 목욕탕의 점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한 것. 엔야는 코스기유의 운영과 함께 일본 내 여러 공중목욕탕의 삽화를 꾸준히 그리고 있다.
최근엔 그녀의 작품을 엮어 ‘목욕탕도해’라는 책을 발간했다. 공중목욕탕 삽화와 목욕탕 주인의 인터뷰를 수록한 이 책은 무려 일본 아마존(Amazon) 건축문화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더불어, 그녀의 공식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수건과 사물함 캐비닛 열쇠 등 목욕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활용한 각종 굿즈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우연과 필연 사이, 본인의 새로운 재능으로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현한 엔야 호나미, 그녀가 추천하는 일본의 공중목욕탕을 눈으로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