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미술축제 중 하나이자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예술 축제인 카셀 도큐멘타(Kassel Documenta)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22일 그간 공석이던 총 예술 감독의 자리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기반의 예술가 콜렉티브 루앙루파(ruangrupa)가 선정되어 세계 미술계에 반전을 선사했다.
나치의 현대미술 탄압에 반하여 1955년부터 시작된 카셀 도큐멘타는 5년마다 독일의 중부 동시 카셀에서 개최하며, 비엔날레와 아트 바젤 등 여타 국제 행사와는 다른 무게감을 지녀왔다. 더욱이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예술의 언어로 비평하며 시대의 거울이자 현대 지성의 장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출범 이후 줄곧 백인 남성 1인 감독 체제를 고수해왔다는 점은 그 명성만큼 저항을 초래했다. 이를 의식했는지 2002년 나이지리아 출신의 큐레이터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감독에 선임되어 서구 중심의 예술 행사 시스템을 해체했고, 지난 2017년에는 처음으로 카셀과 아테네 두 도시에서 행사를 진행하며 유럽 내에서도 차별적으로 비추던 조명의 범위를 확장했다. 그리고 오는 2022년에 선보일 15회 도큐멘타 감독에 최초로 아시아 출신의 감독이 선임되어 혁신을 꾀한다. 뿐만 아니라 그간 고수하던 1인 체제 감독이 아닌 10인이 감독으로 활동하는 변화도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이다.
2000년 자카르타에서 결성한 루앙루파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작가 10명으로 구성된 콜렉티브(Collective)다. 그간 이스탄불, 싱가포르, 광주 비엔날레 등 숱한 국제행사에 다양한 포지션으로 참여하며 다차원적 경험을 쌓아왔다. 집단 지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에 서구 미술의 핵심이라고 불리는 곳에 입성한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던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