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문제작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앤서니 버제스(Anthony Burgess)의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죄와 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돋보이는 본 작품은 거장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에 의해 영화로 재탄생되기도 하며 컬트 클래식의 반열에 올랐다. 자극적이고 난해한 내용 탓에 저자인 앤서니 버제스는 평생 ‘시계태엽 오렌지’의 그림자 아래 살아야 했지만, 그 모든 평가와 반향에 대한 그의 대답은 대중에게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시계태엽 오렌지’의 후속작으로 보이는 작품의 원고가 발견되며 앤서니 버제스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발견의 주인공은 ‘시계태엽 조건(The Clockwork Condition)’이라고 이름 붙은 200장짜리 원고. 앤서니 버제스의 사망 직후 앤서니 버제스 재단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그의 저작물들 사이에서 발견된 것으로, 발견자인 앤드류 비스웰(Andrew Biswell) 교수에 의하면 현대의 인간 조건에 대한 철학적 담론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계태엽 오렌지’에서 파생된 아이디어, 영화화된 작품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현대인의 시각 문화를 향한 지적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니 ‘시계태엽 오렌지’의 후속작에서 머물지 않고 그만의 독자적인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이쯤 되면 왜 앤서니 버제스가 생전에 후속작을 발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길 터. 앤드류 비스웰 교수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앤서니 버제스는 논-픽션(non-fiction)인 본작이 완성에 가까워질수록 철학자보다는 소설가에 가까운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여 원고를 폐기했다고 한다. 대신 원고의 일정 부분을 재활용하여 만든 소설 ‘시계태엽 유언(The Clockwork Testament)’을 1974년에 발표하였으나, 원고의 전체를 담아내지는 못한다고. 앤드류 교수는 200장이나 되는 원고의 분량을 고려할 때 원고의 남은 부분을 유추하여 마무리 짓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하며 출판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과연 우리는 앤서니 버제스의 또 다른 명작을 만나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