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이 링크 하나만으로 관람할 수 있는 세기말 감성의 전시를 선보인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하는 ‘WEB-RETRO’는 웹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감상과 전시공간에서의 오프라인 감상이 모두 가능하도록 기획된 전시다.
급속한 기술발전과 함께 문명을 구성하는 모든 존재가 뒤바뀌어 왔다. 예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사진, 비디오, VR 등 새로운 매체의 발명과 진화는 네모난 캔버스로 대표되던 미술의 프레임을 크게 뒤집어 놓기도 했다. 그렇다면 웹은 어떨까. 1990년대와 2000년대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함께 예술가들이 그 역할과 규칙,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해나갔던 시기다. 기획진은 ‘WEB-RETRO’로 하여금 해당 시간대를 되짚어 봄과 동시에, 예술의 관습이 인터넷을 통해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그려보고자 했다.
전시에 참여한 13팀의 작가는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사회비판적 발언을 하거나, 기술발전을 통한 새로운 감각을 탐구하거나, 넷상의 개방적 문화를 다루거나, 인터넷의 단편적 활용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보내는 등의 작업을 선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개념미술가 김범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유틸리티 폴더>(2000)는 웹 페이지 상에서 실행 가능한 게임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사용자는 그것을 실행하여 읽고 보는 과정을 거친 후 내장된 이미지들을 인쇄함으로써 감정을 조정하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다.
미디어의 속성과 파급원리를 다루는 ‘웹 아티스트’ 양아치의 작품 역시 흥미롭다. <전자정부>(2002)에 접속한 사용자는 자신과 가족의 이름, 성별, 주민등록번호 등을 입력하는 과정을 거친다. 모든 정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구나 10달러에 열람 가능한 유료 데이터가 되고, 이는 국가나 기업의 감시적 행위를 암시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시에 별다른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오프라인 역시 영상을 상영하거나 프로그램 가동을 위한 컴퓨터와 프린터, 그리고 아카이브를 구비해 둔 것이 전부다.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다른 기획전들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효율적 외출이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다. 다만 어린이미술관으로 널리 알려진 북서울미술관의 특성상,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은 주말에는 느긋하게 온라인 전시를 관람해보기로 하자.
WEB-RETRO 온라인 전시
서울시립미술관 공식 웹사이트
행사 정보
일시│2019.3.12. – 6.9
장소│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2, 프로젝트 갤러리2
참여작가│김범, 노재운, 로스트라웁(Rostlaub), 마이클 맨디버그(Michael Mandiberg), 목진요, 뮌(Mioon), 설은아, 아이/오/디(I/O/D), 양아치, 엠티에이에이(MTAA), 정성윤, 조디(jodi.org), 타쿠지 코고(Takuji K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