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메이커 롭 타로(Rob Taro)가 완성한 풀 렝스 스케이트보드 필름, “TIME SCAN”을 보고 나면, 영상에 관한 요모조모를 이야기하기 전에 당장 해소하고 싶은 질문이 생길 것이다. 첫째, ─ 처음에 나오는 ─ 이상하게 차려입고 타는 아저씨는 누구야? 둘째, ─ 영상 곳곳에 등장하는 ─ 마치 스폰서라도 있는 것마냥 갖가지 브랜드를 걸치고 타는 저 꼬맹이는 누구야? 일본의 스케이트보드 비디오를 지속해서 체크하는 열정적인 스케이터 그룹이 아니라면 아마도 공감할 터. 이제 필름을 한번 훑고 오자.
이 비디오에는 롭 타로가 일본에 와서 만난 수십 명의 로컬 스케이터가 담겨있다. 어지간한 끈기가 없으면 해낼 수 없는 인고의 결과물. 법적 규제가 심한 일본이라고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스케이터들은 모두 각기 다른 장소에서 알아서 잘만 탄다. 영상에 등장하는 다양한 스팟 역시 한국 스케이터에게는 신선한 장면일 것. 필르머가 일본에 거주하면서 만난 모든 인연을 아로새긴 듯한 “TIME SCAN”은 일본 외 스케이터에게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친구들이 기꺼이 제공한 클립과 함께 롭 타로는 프로페셔널한 스케이트 필름이 아니면서도 순수한 땀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날 것의 영상을 완성했다. 아마도 영상이 뿜어내는 순수한 에너지, 그 원천에는 아마도 롭 타로 본인이 일본 로컬 스케이트보드 신(Scene)이 구축한 일반적인 관례와 형식에서 조금은 비켜난 외국인 신분이라는 점이 일정량 작용했을지도. 스케이터 사이에서 언제나 회자되는 유명 스케이트 필름과 궤를 달리하면서도 충실하게 독자적인 색깔을 유지한 “TIME SCAN”은 많은 스케이터들에게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