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바둑 인공지능 ‘한돌’과 마지막 대결 펼친다

2016년 3월 9일, 전 세계인이 기억하는 역사적인 승부가 펼쳐졌다. 자타공인 “인간계 최강” 바둑 기사인 이세돌 九단과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바둑 대국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가 바로 그것.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된 대국의 최종 결과는 알파고의 승리였으나, 이세돌은 4국에서 불계승을 따내며 인간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처음이자 마지막 승리를 기록했다.

인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 경기가 치러진 지 약 3년, 그동안 인공지능과 이세돌에게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그 사이 알파고는 바둑계를 은퇴했고, 알파고의 기력(棋力)을 가볍게 뛰어넘는 후배 AI가 속속 등장했다. 큰 변화를 겪은 건 이세돌 역시 마찬가지. 그는 지난 11월 19일 한국기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24년 4개월간의 현역 기사 활동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이세돌은 은퇴 선언 이후 다양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은퇴 이유를 밝혔는데, 그 중 눈에 띄었던 한가지 이유는 바로 3년 전 진행되었던 알파고와의 승부였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그는 AI의 등장이 승부의 의미 자체를 바꾸어놓았다고 평하며, ‘인간이 최고가 될 수 없는’ 세계가 되어버린 바둑계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둘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작품’인 바둑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것이 그의 표현.

하지만 이세돌은 다시 한번 인공지능과의 대결을 목전에 앞두고 있다. 그의 은퇴 대국인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이 바로 내일, 오후 12시부터 진행되기 때문. 이세돌이 맞붙을 상대는 NHN이 토종 기술로 제작한 국산 바둑 AI ‘한돌’로, 이번 대국에는 지난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최종 3위를 기록한 ‘한돌’ 버전 3.0이 출전한다.

알파고의 후배 AI 격인 ‘한돌’은 그야말로 ‘비인간적인’ 기력을 자랑한다. 한돌 3.0은 다음 수를 분석할 때 여러 예측 모델을 동시에 사용하는 ‘앙상블 추론’을 사용하는데, 이는 사람으로 치면 여러 기사가 동시에 상의해 가장 완벽한 수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기력을 측정할 때 쓰이는 Elo 레이팅(Elo Rating)을 기준으로 할 때 ‘한돌’ 3.0의 수치는 4천500 정도다. 과거 이세돌이 상대했던 알파고가 3천700이고, 인간 9단이 평균 3천500인 것을 볼 때 그야말로 엄청난 실력인 것. 실제로 ‘한돌’은 과거 Elo 레이팅이 4천200 수준이었던 2.1버전 당시 신민준 九단, 이동훈 九단, 김지석 九단, 박정환 九단, 신진서 九단과 호선(맞바둑)을 펼쳐 다섯 경기에서 내리 이긴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이세돌의 패배를 예상하기에는 이르다. 이전과 달리 이번 대국은 이세돌이 흑을 잡아 두 점을 깔고 시작하는 치수 고치기 방식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첫 대결에서 이세돌이 승리하면 2국은 호선으로 치르고, ‘한돌’이 승리하면 이세돌이 석 점을 까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 대결의 결과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이세돌의 바둑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번 대국은 내일(12월 18일)부터 3번기로 진행될 예정이며, 1, 2국은 서울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마지막 3국은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에서 펼쳐진다. K 바둑과 한게임 바둑은 3국 모두를 생방송으로 중계하며, SBS는 1, 2국은 12시 10분부터, 3국은 오후 1시 30분부터 방송할 계획이다.

승패를 떠나서 최선을 다하는 일이 인간에게 시사하는 의미를 상기하려는 이세돌 九단이 과연 이번 대국에서 어떤 묘수로 전 세계 팬들을 놀라게 할지. 알파고를 무너뜨렸던 78수와 같은 ‘신의 한 수’가 다시 한번 등장하기를 기대하며, 드디어 내일, 역사적인 바둑 기사의 마지막 대국을 직접 관전해 보자.

K바둑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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