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찰스 무어(Charles Moore)는 LA에서 하와이까지 요트로 횡단하는 경기에서 거대한 쓰레기 섬을 발견했다. 하루하루 쓰레기가 쌓여가는 풍경을 보며 심각성을 느낀 그는 2년 후 정식 과학 장비와 함께 재방문했으며, 그 영역을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로 명명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주변국은 쓰레기 처리의 부담으로 인해 이 사실을 회피해왔다. 그렇게 쓰레기 섬은 이따금 환경과 관련한 이슈가 있을 때만 반짝 소비되며 다년간 잊혀갔다.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플라스틱 오션 재단과 온라인 미디어 기업 라드 바이블(LAD Bible)이 협력해 유엔(UN) 기구에 ‘GPGP’를 정식 국가로 인정하기를 요청했다. 정식 국가로 승인이 되면 유엔법에 따라 주변국이 청소해야 할 의무가 생기기 때문이다. 유엔 측은 이를 매우 혁신적이고 창의적으로 관심을 유도했다고 평가하며 쓰레기 섬을 정식 국가로 임명했다.
하나의 정식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국경’, ‘인구’, ‘정부 수립’, ‘네트워크’와 같은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먼저 쓰레기 섬은 일본과 하와이섬 사이 명확한 위치에 자리한다. 또한 임명 이후 온라인으로 국민을 모집한 섬은 첫 몇 주간 이미 몇몇 나라의 국민 수를 초월했다. 첫 시민을 자처한 미국의 전 부통령인 앨 고어(Al Gore)를 포함해 많은 유명인이 시민이 되겠다고 밝혔으며, 끝내 총 20만 명 이상의 시민이 모집되었다. 나아가 섬은 정부 수립을 위해 정식 직책까지 임명했다. 영화 007의 배우 주디 덴치(Judi Dench)가 이 나라의 여왕, 프로 레슬러 존 시나(John Cena)가 국방부 장관을 맡았다. 끝으로 라드 바이블의 광범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로써 쓰레기 섬은 정식 국가로서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게 되었다.
캠페인을 주최한 라드 바이블은 여권, ‘더 브리(쓰레기 잔해)’라는 정식 화폐, 우표, 국기까지 디자인했으며, 이 모든 것을 재활용품으로 제작했다. 쓰레기 섬에 방문하면 여권 도장까지 받을 수 있다. 실제로 방문해 사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그 디테일한 설정과 디자인이 세계인의 주목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이는 2018년 칸 국제 광고제에서 디자인, PR, 지속 가능 경영, 소셜 인플루언서 등 무려 8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고.
이 섬의 크기는 무려 대한민국 면적의 16배에 달한다. 쓰레기 섬의 쓰레기는 1/3은 중국, 나머지 1/3은 일본으로 그 비율이 확인된다. 환경을 위한 이와 같은 획기적인 발상이 단편적인 이슈로만 끝나지 않길 바라면서 쓰레기 섬의 국토가 다시 인류에게 수거되길 기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