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명보다 ‘밥 아저씨’로 알려진 화가 밥 로스(Bob Ross)는 90년대 방영된 TV쇼 “The Joy Of Painting”에서 11년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맞았다. 아프로헤어와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누가 봐도 그리기 어렵게 보이는 그림을 대수롭지 않게 붓 터치 몇 번으로 완성해내던 밥 아저씨. 그가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 “참 쉽죠?”는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아 실제로 방송을 접한 적 없는 세대에게까지 회자되는 중이다.
코로나 사태로 장기화된 격리기간 동안 화가 밥 아저씨의 모든 에피소드를 유튜브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공개된 에피소드는 총 200시간 이상, 각 30분 길이로 경험이나 재능,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든지 해낼 수 있다는 교육 신념이 녹아있다. 그는 “참 쉽죠” 뿐 아니라 “우리는 실수한 게 아닙니다. 행복한 사고가 일어난 것뿐이죠”, “삶을 느긋하게 보내세요, 그저 내버려 두는 겁니다” 등의 어록을 남겼다. 그림을 어렵지 않게 느끼길 바랬던 그의 바람과는 달리 넓은 폭의 실력 차에 괴리감을 느끼는 시청자가 대다수지만, 그럼에도 그가 밥 아저씨로 불리는 이유는 그 가르침이 꽤 친근하게 다가온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는 출연료를 일절 받지 않고 무료로 방송에 임했다고도 알려져 있다. 팬 중 일부는 직접 그림을 따라 그리지 않더라도 그의 차분한 목소리를 ASMR으로 사용하거나 그림 속 경치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한다고. 세상을 뜨기 1년 전 까지도 촬영을 이어온 에피소드에는 기대치 못한 감동 코드 또한 숨겨져 있으니 외출이 쉽지 않은 요즘, 지난 403회의 방송을 총망라한 영상을 돌아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지 출처 | Bob Ross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