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인공지능 로봇개’로 잘 알려진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마침내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를 위한 물밑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밝힌 이후 줄다리기가 끝난 모양새다. 이것으로 첫 번째인 구글(2013년), 두 번째인 소프트뱅크(2016년)에 이어 현대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사를 소유한 세 번째 회사가 된다. 인수금액은 총 11억 달러(약 1조 2000억 원).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 80퍼센트를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그룹으로부터 인수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우선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큰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시카고에서 열렸던 물류 및 제조 자동화 박람회인 ‘오토메이트 2019′(Automate 2019)에서 선보인 이족 로봇인 ‘핸들’을 이은 제품을 개발할 예정. 또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역할을 할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하겠다고도 밝혔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혁신적인 시장 성장이 예측되는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역량에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기술이 더해져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정 회장은 인수 발표 직후 “세계 최고 수준의 로보틱스 기술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나믹스와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고령화, 언택트로 대표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가 진행 중인 가운데 안전, 치안, 보건 등 공공영역에서도 인류를 위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카네기멜론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로 재직했던 마크 레이버트(Marc Railbert)가 사내벤처에서 시작한 회사로 세계 최고의 로봇 기술력을 자랑하며 산업용 로봇과 함께 다목적 로봇인 ‘스폿’, ‘치타’, ‘리틀독’ 등 다양한 로봇을 개발한 회사다. 특히 2015년 발표한 스폿은 4족 로봇으로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건설·토목 현장에 먼저 투입됐으며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진료와 방역 현장에도 투입된 바 있다. 2017년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인 ‘아틀라스(Atlas)’가 공개된 이후,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에서 3600만 시청을 기록 중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달러 수준이었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22% 성장, 올해 444억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졌다. 2025년까지 32%의 연평균 성장해 1772억달러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W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