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격투 게임의 발전은 두 유저의 기량을 겨루는 실제 격투를 방불케 하며 수많은 팬을 낳았다. 도무지 지지 않는 절대 고수, 소위 ‘네임드’ 유저는 마니아 사이에서 신격화되기도 했는데, 특히 90년대 말 2000대 초 인기 게임 철권 태그 토너먼트(Tekken Tag Tournament) 발매 이후 부각된 장익수와 석동민 같은 인물은 일본에 원정을 다녀와 새로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으며, 국내는 물론 서양권 격투 게임 팬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실력을 향상하고 싶은 팬들의 요구에 따라 게임 업계는 더욱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는 중. 여기에서 손에 감기는 조이스틱, 컨트롤러는 승리에 필수불가결한 요소. 유명 격투 게임을 개발한 회사로 잘 알려진 캡콤(Capcom)과 남코(Namco)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인수한 SNK와 같은 거대 기업들에 반해 중소기업임에도 길티기어(Guilty Gear) 시리즈를 통해 격투 게임계에 메이저로 떠오른 아크 시스템 웍스(Arc System Works)도 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1998년부터 발매된 길티기어 시리즈는 국내 오락실에서 제법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으며, PC나 콘솔로 나온 한국판은 좀 더 특별한 콘텐츠를 더해서 발매된 게임으로 알려져있다. 2000년에 발매된 젝스(X)부터 시리즈는 격투 게임의 선구자적 존재로 혁신을 안겨주었는데, 2013년에 발매된 이그저드(Xrd)는 팬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일으켰고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의 엔지니어들이 아크 시스템 웍스 본사에 직접 견학을 갔다 온 사실이 알려지도. 현재 자사의 최신 게임 타이틀 길티기어 스트라이브(Guilty Gear Strive)를 서비스하고 있는 아크 시스템 웍스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 게임 컨트롤러 업체 히트박스(Hitbox)와 협업한 커스텀 버전 히트박스 컨트롤러(Hitbox Controller)를 최근 공개했다.
게임 타이틀이 PC,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엑스박스(Xbox) 위주로 발매되는 요즘에는 게임 팬들은 키보드와 각 콘솔 게임기의 고유한 컨트롤러에 익숙해져 있지만 오락실과 가정용 게임기에 조이스틱이 만연했던 80년대 전후에도 해당 게임의 플레이에 맞는 컨트롤러가 나왔고, 히트박스 컨트롤러는 그중에서도 격투 게임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개발되었다. 더스틴 허퍼(Dustin Huffer)라는 인물에 의해 고안된 히트박스 컨트롤러는 2010년에 프로토 타입을 시작으로 격투 게임 마니아들의 게임 플레이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회사의 이름이자 상품명인 히트박스라는 이름으로 붙여진 히트박스 컨트롤러는 본래 ‘레버 없는 아케이드 스타일 컨트롤러’라고 이름 불렸는데, 기존의 스틱으로 조작하던 방식에 탈피해 뚜렷한 조작과 스틱보다 빠른 입력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8방향 스틱을 한 바퀴 돌려야 입력되는 기술은 4개로 구성된 방향 버튼을 차례대로 입력해도 기술이 발생되기 때문에 팬들에게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격투 게임 대회인 EVO와 캡콤의 캡콤프로투어(Capcom Pro Tour)에서 해당 컨트롤러를 금지시킨 적이 있기도. 그렇지만 히트박스 컨트롤러는 대전 게임 팬들 사이에서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각종 공식 대회에서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아크 시스템 웍스에서 공개한 커스텀 히트박스 컨트롤러는 자사의 게임 대회 아크에보(ARCEVO)에서 추첨 이벤트로 전달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아크에보에서는 북미 챔피언 결정전과 새로운 캐릭터가 공개되었는데, 2002년 이그젝스(XX)에서 록 뮤지션 신해철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riginal Soundtrack)의 제작과 동시에 더빙을 맡았던 논바이너리(Non-binary) 캐릭터 테스타먼트(Testament)로 알려졌다. 2021년 최고의 격투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길티기어 스트라이브의 흥행은 물론, 특별한 커스텀 히트 박스 컨트롤러는 새로운 격투 게임의 팬들을 유입시키기에 충분할 것.
이미지 출처 | Arc System Wor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