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피학적인 식문화는 가히 연구해 볼 만하다. 디진다돈까스, 엽기떡볶이, 핵불닭볶음면 등이 가득 채운 한국의 ‘辛 문화’는 한때 매운맛 강자로 군림하던 辛라면의 설자리를 앗아가 버렸다. 철저히 유린당한 위장을 부여잡고 화장실을 드나드는 일이 걱정되지도 않는 걸까? 과연 의지의 한국인이다. 비단 음식을 즐기는 이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엽기적인 먹방 영상의 폭발적인 조회수가 증명하듯, 고통스러운 그들의 모습을 즐기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 이 두 남자 앞에서만큼은 한국의 기이한 식문화도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바로 고통 참기 시리즈 ‘킹 오브 페인(King’s of Pain)’의 두 진행자 아담 손(Adam Thorn)과 로브 알레바(Rob Alleva)가 그 주인공이다. 망나니쌍살벌을 시작으로 타란툴라, 도마뱀 그리고 곰도 잡아먹는다는 최종 보스, 그물 무늬 비단뱀까지. 킹 오브 페인(King’s of Pain)’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알려진 야생 생물들을 찾아 직접 쏘이고 물리며 그 점수를 메기는 미친 시리즈다.
1983년 곤충학자 저스틴 슈미트(Justin O. Schmidt)는 곤충한테 쏘였을 때 느낀 고통에 1에서 4까지의 점수를 매겼다. ‘킹 오브 페인(King’s of Pain)’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강도, 지속력, 위험도의 세 가지 평가항목을 바탕으로 세상 최고 포식자들의 서열을 정한다. 고통지수를 통해 생명을 구하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어지간한 변태 성향을 갖지 않고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낸 두 남자다. 특히, 그물무늬 비단뱀과 맞서는 마지막 화는 인간의 심장을 가진 이들이 할 수 있는 도전이 맞나 싶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들의 기행은 땅 위에서 끝나지 않는다. 쏠배감펭의 독 지느러미와 불성게의 독가시를 앞에 두고도 두 진행자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다.
무엇이 이들을 고통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인간 고유의 사도마조히즘적 본성 때문일까? 쾌락과 고통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다. 둘 모두 신체 기관에 대한 직접적인 자극을 전제로 하기에 나온 말이다. 망나니쌍살벌에 쏘인 로브 알레바가 ‘멕시코에서 처음 타코를 먹는 기분’이라고 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 였을까? 남의 고통을 발판 삼아 즐거움을 느끼겠다니, 조금은 비인간적으로 들리겠지만 나의 몸을 해하기 두렵다면 ‘킹 오브 페인(King’s of Pain)’만큼 좋은 대안도 없을 듯싶다. 현재 ‘킹 오브 페인(King’s of Pain)’은 히스토리(History)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 H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