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과 알앤비 장르 내 핵심적인 아티스트들을 슬하에 둔 킹메이커 퍼프 대디(Puff Daddy)와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가 조만간 프로듀싱 히트곡 배틀을 개최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에 팻 조(Fat Joe)의 가스라이팅으로 JD와 디디의 버시스(Verzuz) 배틀의 물꼬가 트였지만, 듀프리가 정식적으로 배틀을 제안하자 퍼프 대디는 본인과 배틀할 수 있는 체급을 지닌 프로듀서는 닥터 드레(Dr. Dre)뿐이라며 거절했다.
분위기가 많이 바뀐 지금, 그들은 18일날 퍼프 대디가 진행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합의점을 찾은 것 같다. 디디는 버시스와 비슷한 히트곡 대 히트곡 형식은 유지하며 배드 보이(Bad Boy)와 소 소 데프(So So Def)가 뭉칠 수 있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버시스를 통해 볼 것 같던 두 거장의 만남은 최근에 힙합계가 버시스에게 등을 돌리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스위즈 비츠(Swizz Beatz)와 팀발랜드(Timbaland)가 만든 온라인 히트곡 배틀 방송이다. 브랜디(Brandy) 대 모니카(Monica)와 영 지지(Young Jeezy) 대 구찌 메인 (Gucci Mane)와 같은 역사적인 방송이 힙합 팬의 사랑을 받으며 코로나 때 급성장했다. 하지만 최근에 버시스를 인수한 트릴러(Triller)가 스위즈와 팀발랜드에게 돈을 덜 줬다는 말이 돌면서 힙합계는 트릴러를 손절하기 시작했다. 이런 동향에 동조하며 퍼프 대디도 18일날 인스타그램 방송에서 트릴러를 까며 그들 없이 듀프리와 친선 배틀을 할 거라고 강하게 나섰다.
만약 두 아티스트가 제작에 참여한 히트곡 하나하나 깔고 붙으면 90년대 힙합과 00년대 알앤비가 붙는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의 프로듀싱 디스코그래피를 다시 한번 상기하자면 우선 저메인 듀프리가 프로듀싱한 프로젝트 중에 우리가 모르는 프로젝트는 없을 것. 제이지, 머라이어 캐리, 모니카, 어셔, 루다 크리스, 다 브랫, 112, 크리스 브라운, 칭기, 아샨티, 네이트 독, 알리샤 키스 등 헤비급 이하 아티스트가 없는 라인업이다. 듀프리가 프로듀싱한 노래를 훑어보면 알겠지만 대중적인 사랑을 받거나 ‘후드 클래식’인 경우가 전부다.
그렇다고 퍼프 대디가 참여한 곡들이 수준 이하라는 말도 아니다. 일단 비기(Biggie) 정규 앨범에 전부 참여했다는 사실로 웬만한 프로듀서는 명함을 내밀 수 없다. 제이지와 머라이어 캐리라는 이력은 공유하고 그 외에도 메리 J. 블라이즈, 토탈, TLC, 아레사 프랭클린, 보이즈 투 멘, KRS-One, 페이스 에반스, 버스타 라임즈, 메이스, 더 록스, 제니퍼 로페즈, 아이스 큐브 등 전부 음악사에 굵은 획을 그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듀프리는 추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아직 날짜와 장소조차 확인되지 않았다며 찌라시를 바로잡았고, 현재 엔터계 고위급 인사들과 상의 중이라고 밝혔다. 확실한 건 디디와 듀프리의 히트곡을 하나하나 까는 자리가 정말 성사되면 아마 힙합과 알앨비가 가장 화려했던 순간들을 돌아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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