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쇠를 당기면 사진이 찍히는 권총, The Revolver Camera: A Colt 38

물체를 단단히 부여잡고 얼굴 가까이에 댄다. 한쪽 눈을 감고 피사체를 겨냥한 뒤 숨을 멈춘다. 시간이 멎은 듯한 긴장감을 온 피부로 느끼며 검지를 지긋이 당겨 마지막 조작 버튼을 누른다. 여기까지의 설명을 들었다면 생각나는 두 사물이 있을 것이다. 총 그리고 카메라. 놀랍도록 닮은 두 물체의 메커니즘 중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에서는 귀가 멎을 듯한 총성이, 다른 쪽에서는 묘한 기대감을 불러오는 ‘찰칵’ 소리가 들려온다는 사실뿐. 

1938년 뉴욕에서 제작된 ‘The Revolver Camera: A Colt 38’은 묘하게 닮은 두 물체의 매력을 한데 모은 리볼버 카메라다. 셔터가 아닌 방아쇠를 당겨 사진을 찍는 해당 권총, 아니 카메라는 아브라함 쿠닉(Abraham Kurnick)사의 제품으로 모든 Colt 38 리볼버에 약 170g의 소형 스틸카메라를 부착하는 형식을 따른다. 총 6발의 총알이 장전 가능한 리볼버의 성능에 맞게 카메라의 필름 또한 6회 노출에 맞춰져 있으며, 1938년 8월 발간된 Popular Science의 설명에 따르면 “경찰관의 총알이 빗나갈 경우 범죄자를 촬영할 수 있게 해준다.” 같은 특별한 기능까지 겸비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총과 카메라의 운명적 동행의 역사는 1차 세계 대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불필요한 탄약 낭비와 오발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총알 대신 사진이 찍히게 했다는 것이 그 시초. 또한 해당 장비를 통해 사격 훈련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찍힌 사진을 보고 정확도를 평가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항공기 발사 장비에 카메라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구현되기도 했다고.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어색한 미소는 고사하고 떨리는 입술을 숨길 수 없을 것만 같은 ‘The Revolver Camera: A Colt 38’. 이제는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우스꽝스러운 발명품이지만 그 차갑도록 우아한 자태가 끌리는 이유는 뭘까. 


이미지 출처 | Engad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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