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온가족이 모인 앞에서 외삼촌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명절은 가족 휴가를 위한 명분일 뿐이요, 산넘고 바다건너 물 좋은 곳으로 떠나는 가족도 이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세대가 변함에 따라 차례 절차와 의식 뿐 아니라 윷놀이 같은 가족 놀이나 지역 행사 또한 간소화되고 사라지는 추세지만, 중국 동부에 위치한 마을 샤오후(Xiaohu)에서는 아직까지 그 독특한 방식을 고수하며 다가오는 한 해를 맞이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다름 아닌 불꽃을 삼키는 의식 ‘Eating Flowers’를 행하면서 말이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닥에 설치한 폭죽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 불꽃에 몸을 맡기고 이를 입안으로 삼키려는 벌거벗은 남성들의 피학적인 모습을 보면 얼핏 마조히즘 이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악령으로부터 몸을 정화하고 새해의 행운을 맞이하기 위해 진행되는 ‘Eating Flower’는 샤오후 지역에서 수백 년간 내려온 지역 전통 행사로, 선택된 남성들은 지역 신들에 ‘빙의’한 채 샤오후의 한 사당 안에서 약 10초간 보기만 해도 아찔한 ‘불꽃 샤워’를 하게 된다. 

사실 맨살에 스파크를 가까이한다는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들이 많지만 한 참가자는 “상당히 위험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상황은 이제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매년 ‘Eating Flower’를 보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인다”라며 지역 행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비록 몸은 검게 그을릴지라도 마음만은 누구보다 깨끗해지는 이벤트가 바로 ‘Eating Flower’라는 것이다. 각자 만의 방식으로 맞이하는 새해, 역시 방식보다는 그 마음가짐이 중요한 듯하다.

이미지 출처 | 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