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완주,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이는 주말 5km 러닝을 취미로 삼은 필자가 러닝 후에 가끔 하는 생각이다. 마라톤은 내가 평소 뛰는 거리의 8배를 더 뛰어야 끝이 나는 힘겨운 레이스다. 5km 러닝 중 페이스가 늦어질 때는 애꿎은 헌 신발을 탓하기도. ‘킵초게가 인간의 한계를 넘는 데 도움을 준 러닝화를 신으면 나도 빨라질 수 있을까?’ 를 수없이도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신발 탓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최근 마라톤 대회에서 나막신 ‘게다’를 신고 3시간 28분 만에 42.195km를 완주한 어느 초인적 아저씨의 근성을 본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26일 일요일 오사카에서 개최된 오사카 마라톤 2023에서 삿포로 출신 47세의 마라토너 미노시마 타카노부(Takanobu Minoshima)는 일본 전통 나막신 ‘게다’를 신고 마라톤을 완주했다. 러닝화 컨셉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는 ‘게다(げた)’라는 이름으로 달린 그의 기록은 3시간 28분. 평균 4:56/km의 페이스로 달리며 총 만 명의 마라톤 주자 중 2,896위로 레이스를 마감했다. 그냥 서 있기만도 해도 불편할, 독특한 형태의 나막신을 신고 마라톤을 뛰고 완주한 것도 모자라, 3시간 30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기까지. 참고로 해당 기록은 45세에서 49세 연령의 마라토너 평균 기록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기록이라고.
진정한 고수는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게다라는 패널티를 스스로 적용했음에도 꿋꿋하게, 또 유쾌하게 달려 상위 30%의 순위로 완주에 성공한 고수의 마라토너 미노시마 타카노부. 그의 무모한 도전을 직접 따라 해볼 필요는 없겠지만, 그의 근성은 본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 Canadian Running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