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안의 작은 북한을 보여주는 ‘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 출간

한국, 북한, 일본. 민족, 국적, 이념. 나란히 붙여 놓기만 해도 어떤 논쟁거리를 만들 것 같은 이 단어들을 가족의 형태로 엮어 이야기를 들려주는 감독이 있다. ‘조선인 부락’이라 불리는 오사카 이쿠이노에서 태어난 양영희 감독은 오사카 조총련 간부인 아버지, 제주 4·3사건 때 일본으로 도망쳐 온 어머니, 김일성의 인간 생일선물로 북송된 큰 오빠와 그를 비롯해 북한에서 생활하는 형제들, 그리고 일본인 남편을 가족으로 두고 있다.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이 가족의 형태는 20년 가까운 세월에 걸쳐 “디어 평양”, “굿바이, 평양”, “수프와 이데올로기”의 다큐멘터리 3부작에 담기며 관객에게, 또 감독 스스로에게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역 사회에서 배제되고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던져야 하는 재일교포, 그들이 겪는 장벽과 고된 현실,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은 양영희 감독의 첫 장편소설 “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가 한국에 출간됐다. 지난 2018년 일본에서 먼저 출간되어 도통 알려지지 않던 조선대학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며 주목받은 ‘도쿄 조선대학교 이야기’는 극단에 들어가길 꿈꾸는 조선대학교 신입생 ‘미영’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영은 억압적인 학교에 굽히지 않는 태도로 문제아로 낙인찍히지만, 이웃 대학교의 ‘구로키 유’를 만나며 ‘담장 너머의 자유’를 경험한다. 구로키는 미영을 배려하면서도 “나는 미영이 자이니치(재일)든 조선인이든, 그런 건 신경 안 써”라는 말로 미영의 존재를 흐려버린다. 누군가에게 당연한 가치가 누군가에겐 결핍일 때 이해로 뻗은 손이 허공을 휘저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 오픈하고 깊게 대화해야 하는 것. 양영희 감독의 신간을 통해 우리의 무신경을 깨닫고 동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수프와 이데올로기,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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