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시티(Geocities)를 아카이빙하는 블로그 ‘One Terabye of Kiobyte Age’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1994년에 탄생한 지오시티는 사용자가 무료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관심사에 따라 다른 사용자가 만든 웹사이트를 탐색할 수 있는 웹 호스팅 서비스였다. 웹에 대한 일반인의 접근성이 높지 않았던 당시 지오시티는 최초로 자신의 온라인 공간을 구축할 수 있게 해주었다(참고로 지오시티는 한국에서 1997년도에 불법, 유해 사이트로 지정되어 차단된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해당 링크를 통해 자세히 읽어볼 수 있다). 당시 기준으로 넉넉한 15MB 할당량으로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1999년에 Yahoo!(야후)에 의해 인수되었지만 곧바로 위기를 맞았다. 2000년대가 시작되면서 개인 홈페이지는 웹사이트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옮겨가고, 지오시티는 곧 ‘아마추어적’ , ‘어글리 사이트’, ‘구린 취향’ 등의 동의어가 되었기 때문. 결국 2009년 지오시티의 서비스가 종료됐다.
“거의 15년 동안 웹에서 개인적인 표현을 할 수 있게 만든 중요한 수단”이라는 평가와 함께 많은 사람들은 지오시티의 데이터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그중, 자신들을 ‘Archive Team’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지오시티의 서비스 종료 발표일과 공식적인 사망일 사이에 거의 1TB에 달하는 손실되기 직전의 페이지를 구출하는 것에 성공하며 바로 다음 해 토렌트에 이 데이터를 시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명의 아티스트가 이 토렌트를 다운로드하면서 시작된 것이 바로 ‘One Terabye of Kilobytee Age’ 텀블러 블로그다.
아티스트 올리아 리알리나(Olia Lialina)와 드라간 에스펜시드(Dragan Espenschied)는 인터넷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많은 사람의 비웃음을 산 “디지털 전통문화”의 문화적 가치를 재고하기 위해 지오시티의 아카이브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들은 시대에 맞는 브라우저에 재구성된 지오시티 페이지의 스크린샷을 자동으로 생성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20분에 한 번씩 업로드되는 해당 스크린샷은 2013년부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 300,000개 이상의 스크린샷을 생성할 만큼의 충분한 자료가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한때 경시된 이런 아마추어적 웹사이트는 지금 역설적이게도 하나의 ‘미감’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의도적으로 촌스러운 폰트와 8bit 그래픽을 만들면서 올드웹을 모방한다는 사실은 해당 데이터 보존이 얼마나 중요한 작업이었는지를 보여준다.
90년대 웹의 미감을 좋아하거나 개인 웹사이트의 역사를 더 자세히 느껴보고 싶다면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때의 시간에 머물러 있는 이 아카이브 블로그를 한 번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One Terabyte of Kilobyte Age 텀블러 블로그
이미지 출처 | One Terabye of Kilobye Age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