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래퍼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가 HBO의 드라마 “유포리아(Euphoria)”의 제작 당시 있었던 뒷 이야기를 폭로했다. 올 초, 헝가리를 기반으로 한 웹진 푼크트(Punkt)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재조명받는 것.
“유포리아”의 제작자 샘 레빈슨(Sam Levinson)이 페트라 콜린스의 에이전시를 통해 연락을 취한 사건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가 ‘페트라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각본을 썼는데, 연출을 맡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것. 페트라는 이를 수락한 뒤 LA로 향했지만, 5개월간의 협업 끝에 HBO로부터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고용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약 1년 뒤, 우연히 “유포리아”의 광고를 접했을 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이유는 본인이 구축한 세계관이 그대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트라 콜린스의 이전 작업에서는 “유포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구도와 연출, 색감을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해 페트라 콜린스는 “당시에는 그들이 내 버전의 시리즈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다른 버전을 구축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괜찮았다. 또한 나 역시 그 시간이 즐거웠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너무 순진했다”라고 덧붙였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는 주변으로부터 “유포리아”가 본인의 사진과 비슷하다는 언급이 있을 때마다 착잡함을 느꼈고, 본인의 스타일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페트라 콜린스의 폭로에 대해 제작사인 HBO나 샘 레빈슨은 아무런 입장도 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들의 무대응에 트위터를 비롯한 SNS에는 분노의 여론이 확산하는 중. 한 아티스트가 평생에 걸쳐 구축해 온 세계관과 스타일을 대자본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탈취할 수 있는 것인지, 색감이나 구도 등 특징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개성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윤리적, 법리적 고민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이미지 출처 | HBO, Petra Colli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