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는 바야흐로 휴대폰의 춘추전국 시대라 할 수 있다. 비록 지금에 와서야 애플(Apple)이 거부할 수 없는 감각적 디자인과 기술력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휴대폰의 크기와 형태는 물론, 굴곡, 액정 크기 등 미래의 통신기기를 예측하고자 했던 휴대폰 제조 업체들의 상상력이 십분 반영된 결과물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2000년대까지 전 세계 휴대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핀란드의 노키아(Nokia)가 2003년, 휴대폰과 휴대용 게임기를 통합한다는 일념하에 출시한 ‘N-Gage’ 모델 역시 그중 하나다.
코드명 ‘스타십(Starship)’으로 개발이 진행된 ‘N-Gage’는 우주선을 닮은 외형에서 그 뿌리를 알 수 있다. 멀티플레이어 게이밍, 블루투스, 인터넷 기능을 비롯해 당시만 해도 혁신의 상징이던 MP3와 비디오 재생 기능까지 갖춘 ‘N-Gage’는 그 방대한 기능만큼이나 거대한 몸집으로 완성됐다. 덕분에 정작 ‘휴대폰’으로서의 본업은 뒷전이었는데, 여기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점은 스피커와 마이크가 기기의 측면에 배치돼 있어 ‘N-Gage’로 전화를 하려면 그 거대한 기기를 옆으로 돌려야 했다는 사실이다. 해당 포즈는 ‘사이드토킹(sidetalking)’이라는 이름 하에 당시 ‘N-Gage’를 조롱하는 일종의 밈으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는데, ‘N-Gage’와는 전혀 관련 없는 기기들을 전화기로 삼으며 웃음을 자아냈다. 밈의 시초는 게임스레이더(Gamesradar)의 에디터였던 크리스찬 너트(Christian Nutt)라는 설이 있지만, 본격적인 밈의 확산을 이끈 선봉장이 바로 웹사이트 ‘sidetalking.com’이다.
‘sidetalking.com’은 사이드토킹 자세를 취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사진을 아카이빙하던 웹사이트다. 본래는 ‘N-Gage’와 같은 전자기기를 귀에 대고 사진을 찍는 것이 원조 사이드토킹이지만, 해당 웹사이트에서는 게임기, 키보드, 대형 스피커, 컴퓨터 등뿐만 아니라 동물, 선반, 상의 탈의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사이드토킹 포즈를 감상할 수 있다. 당시 이메일을 통해 제보자들의 사진을 받으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던 ‘sidetalking.com’이지만, 2008년을 마지막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 하지만 2018년 어찌 된 영문인지, 웹사이트 내에 새로운 카테고리로 재정비한 링크가 생기며 다시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다소 정신없는 사이트 구성이지만, 현재도 ‘sidetalking.com’에 접속하면 2000년대 중반부터 아카이빙된 다채로운 사이드토킹 사진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N-Gage’의 후속작으로 출시된 ‘N-GAGE QD’에 대한 주인장의 푸념도 웹사이트의 또 다른 즐길 거리. 혹여 2000년대 초, 중반 노키아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이라면 노스탤지어와 웃음을 동시에 자아내는 사이드토킹 웹사이트에 방문해 봐도 좋을 것.
이미지 출처 | sidetalk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