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명의 입술을 훔친 Kissing Shrek 필터의 전말

한 여성이 덩치 큰 스토커에게 쫓기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작하는 틱톡(TikTok) 영상. 황급히 달려 엘리베이터로 도피하고 숨을 돌린 순간, 무시무시한 스토커가 엘리베이터에 난입하고 여성은 비명을 내지른다. 해당 틱톡은 여성이 AR 슈렉(Shrek)에게 강제 키스를 당하며 끝난다.

틱톡 사용자 ‘Igor Ryleev’가 지난 목요일 ‘Kissing Shrek’이라는 새로운 필터를 생성한 이후, 수천 명의 틱톡 유저들이 키스를 하며 돌이킬 수 없는 트렌드가 시작됐다. 지금까지 거의 60만 개의 게시물이 업로드됐으며, 해당 필터가 입혀진 틱톡 영상을 1개만 시청해도 메인 인터페이스의 ‘For Your Page’가 슈렉 키스 영상으로 뒤덮인다는 소문으로 틱톡 유저들이 서로에게 주의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Kissing Shrek’이 슈렉을 성적으로 소비한 첫 번째 경우가 아니라는 점이 괴이하게 느껴진다. 2022년 2월 라텍스 재질의 타이트한 점프슈트를 입은 거대한 슈렉이 드넓은 하늘과 구름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Shrek in the Sky’ 필터를 비롯해 슈렉과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Shrek is love’ 필터 등, 슈렉은 이미 소셜 미디어 유저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로 자리해 왔다.

사실, 2010년대 중반 인터넷 좀 했다는 사람이라면 슈렉을 마냥 친근한 동네 오우거로만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3년 여러 청소년에게 시각적 트라우마를 안겨준 “Shrek is Love, Shrek is Life”는 한 소년과 슈렉의 반갑지만은 않은 만남을 나타내는 유튜브(YouTube) 동영상으로, 슈렉 특유의 인상에서 느껴지는 어둡고 음침한 기운을 극대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로테스크한 내용과 비주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단에 동영상 제목과 썸네일을 첨부했으나 웬만하면 보지 않는 것이 좋으니, 호기심만으로 재생 버튼을 누르는 것은 추천하지 않겠다(후방주의).

그렇다면 슈렉의 온라인 인기는 어디서부터, 그리고 왜 시작된 것일까. 일각에서는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가 지닌 태생적 유치함과 선한 의도를 반어적으로 소비하는 아이러닉한 유머로 해석한다. “Shrek is Love, Shrek is Life” 역시 2012년에 만들어진 온라인 이미지보드 웹사이트 ‘Shrekchan’을 거름으로 삼아 탄생했다. ‘Shrekchan’ 커뮤니티의 가파른 성장과 확산을 포괄적으로 짚기에는 하나의 장편 칼럼을 작성해야 할 정도로 깊고 혼란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Shrekchan’은 2014년에 문을 닫으며 그와 함께 1차 슈렉 웨이브는 역시 사그라든 듯했지만, 최근 1년 사이 틱톡을 비롯한 숏폼 플랫폼에서 슈렉을 섹슈얼하고 우스꽝스러운 존재로 재해석한 콘텐츠가 다시 인기를 끌며 2차 웨이브가 시작됐다. 처음 대중에 공개된 지 20년도 지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계속해서 재방문하고 새롭게 해석하게 하는 슈렉의 매력을 단 몇 가지로 단정하기 어려워 보인다. 확실한 건, 슈렉 시리즈의 속편 “슈렉 5”가 공개된다면 필자를 포함한 무수한 팬들이 다시금 극장으로 향할 거란 사실이다.


이미지 출처 | Tik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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