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 게임 추모 프로젝트, ‘RIP Flash’

1996년 웹 애니메이션 제작용 툴로 첫선을 보인 ‘플래시(Flash)’는 1999년 윈도 익스플로어에 기본 프로그램으로 설치되면서 잘 알려졌다. 그해 마침 90년대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쥬니어 네이버’가 오픈했는데 이때 ‘알피의 레모네이드 팔기’, ‘슈의 의상실’, ‘고향만두 만들기’ 등 유명 플래시 게임은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링크클릭만으로 쉽게 즐길 수 있어 당시 어린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더하여 당시에는 유니티(Unity)나 언리얼(Unreal) 같은 게임 엔진이 유료였기에, 인디 게임 문화가 번성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플래시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

하지만 2006년 어도비가 플래시를 출시한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하며 상황은 바뀌었다. 스티브 잡스는 보안에 취약해 해킹당하기 쉽다는 점을 들어 플래시를 지속적으로 공개 저격했는데, 사실 이는 그의 치밀한 계산 아래 이루어진 것이었다. 플래시 기술을 어도비가 독점 운영하기 때문에 향후 스마트폰 유저들이 플래시 게임을 계속 플레이할 경우, 애플의 앱 스토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 어도비는 저격에 시달리다가 2017년 플래시의 서비스 중단을 예고했고, 결국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편, 모두가 그리워하는 플래시를 기록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도 나타났는데, 그중 하나가 박이선 게임문화연구가와 권태현 큐레이터가 기획한 ‘RIP Flash’ 프로젝트. 두 사람은 ‘코옵’이라는 기획팀을 만들고 2019년부터 이 추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죽음을 맞이한 플래시를 추모하는 아카이브형 웹사이트(ripflash.net)에서는 플래시와 유사한 웹 게임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플래셔 인터뷰, 플래시를 추모하는 전 세계인들의 방명록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윈도우 특유의 바탕화면에 고스란히 놓여진 폴더들이 등장한다. 타임라인(Timeline), 텍스트(Texts), 메모리얼(Memorial) 등수많은 폴더들이 있지만, 특히 아카이브스(Archives) 폴더에는 노래(Song), 애니메이션(Animation), 게임(Game) 등이 디테일하게 우리를 반겨준다. 노래 카테고리에는 추억의 우유송, 당근송, 팥죽송 등이 있는 한편 애니메이션에는 마시마로와 뿌까, 졸라맨, 우비소년 등 반가운 면면들이 우리를 향수에 젖게한다. 게임 폴더에는 후레시맨부터 샤오샤오, 아빠와 나, 슈, 고향만두 등도 존재하며, 실제로 플레이해 볼 수 있는 경우도 있으니 빠짐없이 눌러볼 것. 우측 하단의 시간 또한 플래시가 사라진 날짜인 2020년 12월 31일로 멈춰있는 디테일까지 찾아볼 수 있다.

박이선 게임문화연구가와 권태현 큐레이터는 “실제 플래시를 아카이브 한다기보다는 문화에 대한 기억을 찾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발굴하는 목적에 가깝다. 나중에 누군가 ‘플래시가 뭐였어?’라고 물었을 때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RIP Flash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RIP FLASH 공식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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