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의 사쿠나히메(天穂のサクナヒメ)”는 2020년 출시된 일본 인디 게임으로, 장르는 일본풍 액션 롤플레잉 시뮬레이션. 발매 전부터 벼농사와 액션 게임을 합쳤다는 독특하고 뜬금없는 콘셉트가 큰 화제가 되었다. 당연히 전통 벼농사를 소재로 하니 매니악하고 뜬금 없는 카테고리로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할 것 같았지만, 예상외로 출시 2주 만에 50만 장의 판매를 기록했다. 주요 스토리는 무신과 풍요의 신의 딸 ‘사쿠나’ 히메가 신에게 바치는 쌀 공물을 모두 망친 탓에 도깨비가 살고 있는 히노에 섬으로 추방되어 이를 헤쳐 나가는 내용.
플레이어는 섬에서 농기구를 무기로 활용해 도깨비를 물리치고 농사에 필요한 비료를 얻는 동시에, 벼농사를 짓고 쌀을 수확해 에너지를 비축해야 한다. 게임이라고 해서 자동 재배 기능 같은 날로 먹기식 운영을 기대할 순 없다. 게이머는 밭갈이, 볍씨 고르기, 모내기, 수확, 도정 등 농사의 전 과정을 디테일하게 진행해야 하며, 나아가 토양이 비료의 3대 요소인 질소, 인, 칼륨 등을 충분히 담고 있는지 체크하고 벼의 성장을 방해하는 녹조류나 잡초도 틈틈이 제거해야 비로소 풍작이 가능하다. 이런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게임 제작진은 실제로 베란다에서 직접 벼를 길러 수확한 쌀로 밥을 지어먹으며 관찰 일기를 썼다고.
한편, 국내 발매 이후 게이머들은 벼농사의 공략법을 알아내고자 농촌진흥청 웹사이트에 접속해 벼농사와 관련된 정보를 몽땅 찾는 바람에 한때 웹사이트가 마비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2021년 “천수의 사쿠나히메”는 일본 니가타 농업 바이오 전문학교와 벼농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게임 속 벼농사 방법 그대로 농업경영과 학생들이 모내기를 시작으로 직접 농사를 짓고 가을에는 낫을 이용해 수확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는 프로젝트로, 수확한 쌀은 ‘사쿠나히메 봉납 쌀’이라는 이름으로 1kg씩 소분해 판매됐다. 벼농사와 게임이라는, 얼핏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게임, “천수의 사쿠나히메”는 닌텐도 스위치와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즐길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Ninten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