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남부의 총기 폭력 실태를 다룬 영화, 시라크(Chi-Raq)의 공식 트레일러가 공개되었다. 시라크는 그간 미국 사회 내 인종 차별과 흑인 문제를 예민하게 다뤄온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사무엘 잭슨, 웨슬리 스나입스, 존 쿠삭, 제니퍼 허드슨 등 내로라할 스타들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다.
시카고는 화려한 도시 이면에 심각한 거주지 흑백 분리 현상을 앓고 있다. 특히 남부 흑인 밀집지역은 총기 폭력 사태가 빈번해 정부마저 손을 놓은 상태. 시라크는 매일 총탄이 빗발치는 시카고를 이라크 전쟁에 비유한 말이다. 시카고 지역 정치인들은 이 영화가 도시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제작할 당시 스파이크 리가 접촉을 시도한 마이클 프레저 신부는 시라크가 현재 시카고에 꼭 필요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가 이 영화에 동참한 이유는 하루에도 수없이 죽어 나가는 시카고 사람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고. 찬반 논란이 분분한 주민들의 반응에 감독 역시 ‘이것은 논쟁거리가 아니라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라며 일축했다.
영화 시라크는 아리스토파네스의 고대 그리스 희극, ‘리시스트라타(Lysistrata)’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 아테네의 젊은 여성 리시스트라타는 전쟁을 중단하기 위해 남편과의 섹스를 거부하는 이른바 ‘섹스 파업’을 벌였고, 이 운동은 적국 스파르타의 여성들까지 동참을 유도해 결국, 휴전에 성공한다. 트레일러에서 느껴지듯, 시카고의 리시스트라타로 분한 Teyonah Parris는 도시의 평화를 위해 남편, 또는 남자 친구와의 섹스를 거부한다. 그녀가 시카고의 여성들을 모아 “I will deny to all right of access and entry!(나는 접근하거나 들어오는 모든 권리를 거부한다)”라고 일장연설을 하는 장면은 아마도 영화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 시카고의 실태를 면밀히 관찰한 스파이크 리 감독의 시라크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