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80~90년대 대표적 운영체제인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의 윈도우즈(Windows). 윈도우즈 3.X가 보급될 당시 컴퓨터의 대표적인 기능 중 하나는 그림 그리기였다. 지금이야 천재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라든지 조금은 복잡하지만, 강력한 기능을 탑지한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그러나 그때만 하더라도 윈도우즈에 기본으로 포함된 그림판(Paint)은 모두의 스케치북이었다. 전문가용 툴인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이로운 기술은 없지만, 디지털의 원초적인 재료인 픽셀과 투명도조차 조절할 수 없는 극히 한정된 기능, 고화질 이미지 한 장에도 못 미치는 프로그램 용량 그리고 윈도우즈 기본 프로그램이라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몇 해 전, 전문가들의 화려한 디지털 일러스트에 질려서일까? 그림판으로 그렸을 법한 1픽셀 라인으로 연습장에 끄적인 듯 그려낸 기발한 웹툰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편으론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어르신이 그림판으로 한 픽셀 한 픽셀 장인정신으로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내는 장면을 티비에서 본 적 있다. 많은 이들에게 각기 다른 추억이 깃들어 있을 그림판. 그 애증의 그림판이 2017년 가을, 공식적으로 요단 강을 건넌다.
1985년부터 운영체제 일부로 포함되었던 그림판이 올해 가을, 윈도우즈에서 제거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Windows 10 Fall Creators Update’부터 그림판은 더는 개발되지 않으며, 향후 제거될 ━ not in active development and might be removed in future releases ━ 리스트에 포함된다고 발표했다.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전성기를 구가한 그림판. 종이 위에 그리는 그림은 아날로그, 컴퓨터에 그리는 그림은 분명 디지털인데, 묘하게도 그림판은 아날로그의 것으로 느껴진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 하니 가을이 오기 전에 그림판을 켜고 그림판을 추모하는 관이나 묘비를 그려보며 스스로 장인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자. 그림판은 저세상으로 가게 됐지만, 윈도우즈의 새로운 기본 드로잉 툴인 ‘PAINT 3D’ 안에서 그림판의 영혼은 계속 살아 숨 쉴 것이다.
업데이트 소식 : 그림판 제거 뉴스에 팬들이 실망감을 강력하게 표출하자 마이크로소프트 총 책임자 메간 손더스(Megan Saunders)는 블로그포스트에 향후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