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태권 V, 황금박쥐, 똘이 장군의 기원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오랜 시간이 지난 애니메이션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이들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방영한 이 국산 애니메이션의 기원을 알기란 쉽지 않다. 그저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모습 정도를 기억할 뿐 그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세대에 찾아보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국내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끊임없이 수출되는, 그리고 이제는 웹을 이용해 너무나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가장 큰 이유일 테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명작’이라 불리는 국산 애니메이션을 본 일이 없다. 한때 아마겟돈을 거쳐 영혼기병 라젠카, 누들누드까지 성인이 보기에도 아쉽지 않은 국산 애니메이션의 태동이 있었지만, 이제 와 그들을 추억하기엔 너무 먼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가 한 시대를 풍미한 애니메이션을 등한시하고 있을 때, ‘파고들기’의 나라 일본은 자기네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넘어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를 정리한 ‘한국 애니메이션 대전’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아카이빙 북을 제작했다. 위 언급한 애니메이션은 물론, 그간 한국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과 시대별로 훑으며, 제 나름의 평가를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작화나 로봇 콘셉트 등을 베껴온 작품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뼈아픈 역사를 반영하는 반공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주제로 펼쳐지는 한국 애니메이션 변천사는 마치 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불편함과 호기심을 동반한다. 더불어, 책의 부제를 번역했을 때, 가짜, 돌팔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점을 미루어 보아 이것은 단순히 국내 애니메이션을 일본에 알리기 위한 목적이 아님이 쉽게 드러난다.
박력 넘치는 한글이 적혀진 한국 애니메이션 포스터와 함께 적힌 일본어가 왠지 모르게 생경한 한국 애니메이션 대전이 다시 우리말로 옮겨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국내에도 부천에 위치한 한국 만화 박물관이 있지만, 과거의 것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산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제대로 정리한 아카이빙 북을 내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괜한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9월 4일에 발간한 한국 애니메이션 대전은 현재 아마존 재팬 등 여러 일본 서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일어에 능통하다면 한 권쯤 구매해 옆 나라의 시각을 탐구해보는 일도 나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