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 걸, 조금 더 전문 용어로는 그리드 걸, 프로모션 모델이 포뮬러 1(Formula 1)에서 사라진다. 그리드 걸이라는 직군을 처음 본건 아마도 어린 시절 사이버 포뮬러(Cyber Formula)─영광의 레이서─에서 주인공 ‘카자미 하야토’의 우승장면에서였다. 그때가 90년대였으니 20여년이 지난 지금, 아무렇지 않았던 그 장면이 더는 아무렇지 않은 장면이 아닌 게 되었다. 그리드 걸에 대해 끊임없는 성 상품화 논란이 일었고, 여성 인권 이슈가 전 지구적으로 뜨겁게 논의됨에 따라 포뮬러 1은 그리드 걸의 폐지를 공식 발표했다.
모터스포츠의 선두주자 격인 포뮬러 1의 운영 담당 이사 숀 브라치스(Sean Bratches)는 “그리드 걸을 세워 온 관행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왔지만, 지금에 이르러 자신들의 브랜드 가치에 공명하지 않고, 현대 사회의 규범과 분명히 상충한다“고 말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유지하자는 의견이 60%로 집계되었지만, 이번 포뮬러 1의 결정은 그리드 걸을 상징적으로 이용하고 있던 스포츠 업계의 선두주자로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부터 그리드 걸은 그리드 키즈로 교체되어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것이라고. 아마도 차후 UFC의 옥타곤 걸이나, 농구 경기의 치어리더 역시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니 일부 팬들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