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에 자리한 공간 N/A 갤러리에서 오는 7월 18일까지, 구기정 작가의 개인전 ‘Defaulted’를 개최한다. 전시는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아닌 인간의 분별과 이해가 뒤섞인 경험을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가는 디지털 사진의 기본 세팅(Default Setting) 값을 드러내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자연이 지닌 다양한 의미를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디지털 사진이 취해야 할 태도라고 말한다.
전시 내 작품은 주변 이미지 데이터로 2차원 이미지의 결점을 부드럽게 없애는 ‘Content Aware Fill’ 기술과 3D 렌더링 시 물체의 높낮이를 흔들어 질감을 주는 ‘Bump Mapping’ 기술 등을 활용해 기술이 개입되고 있는 세상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본질을 이해하기도 전에 의존적으로 이뤄지는 오늘날의 시각 행위를 꼬집어 경험과 의미를 돌이켜 보는 기회를 제시하고자 한다.
인터넷에서 무수히 이뤄지는 이미지의 생산과 소비 속, 전시는 우리가 그동안 ‘보이는 것’이라 불렀던 시각적 경험의 의미를 ‘보는 것’으로 바꿀 계기를 제공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