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소녀시대’가 아니고 ‘비엔날레 시대’다. 아니 ‘비엔날레 전국시대’라고 하는게 맞겠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 “청주 공예 비엔날레” 등, 2021년 9월 추수의 계절에 걸맞은 비엔날레 풍년이다. 최근 10년 사이 광활하게 팽창하고 있는 한국의 비엔날레들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농익어가고 있으며 그 규모와 권위는 점점 고공행진 중이다. 이처럼 다양한 비엔날레들 팽창하는 가운데, 여기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하는 비엔날레가 9월 16일부터 시작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건축에 의한, 건축을 위한, 건축의 축제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9월 16일 개최된다. 벌써 3회를 맞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라는 대주제와 몇 개의 소주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와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미래상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화여대 캠퍼스센터(ECC)를 설계한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의 총괄 지휘 아래 6개의 전시(주제전/도시전/클로벌 스튜디오/게스트시티전/서울전/현장 프로젝트)와 여러 프로그램(포럼/토크)가 46일 동안 우리를 반길 것이다.
건축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건축 전시가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누군가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대해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입견 없이 가까이 본다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사옥과 성수연방을 설계한 푸하하하 프렌즈(FHHH friends)가 큐레이터로 참여한다고 하니, 그들이 무엇을 할지 궁금하지 않은가? 누구나 오가며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명장 렌조 피아노(Renzo Piano)를 비롯해 한국 건축계의 OG 중의 OG인 건축가 조병수는 주제전에,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구마 겐고(Kengo Kuma)와 한국 건축 젊은 피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네임리스 건축(NAMELESS Architecture)이 도시전에 참여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영국 건축 교육의 대명사인 AA스쿨(Architectural Association School of Architectre)과 한국 건축 교육을 대표하는 서울대학교가 글로벌 스튜디오에서 진검승부를 벌인다고 하니 이것 또한 이번 비엔날레의 관전 포인트가 될 예정.
지난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아쉬운 전시 디자인과 다소 산만했던 담론들은 주제에 물음표를 찍게 한 것은 사실이다. 어쩌면 새내기 비엔날레가 겪는 과도기적 시행착오가 아니었을까? 허나 이번은 예사롭지 않다. 문턱을 낮출 부분은 과감히 낮추며 대중에게 다가갔고 다양한 담론들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끌어들였다. 더불어 학술위원회를 통해 학술적 논의를 날카롭고 섬세하게 다듬으며 비엔날레가 구현할 수 있는 거의 완벽한 균형을 이뤘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도출될 아젠더들과 해법들이 코로나로 무너진 도시와 우리의 일상의 재건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아가 ‘2021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한국 건축의 위상과 권위를 새로 쓸 사건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TV와 영화 속 건축가와 건축만을 생각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허나 평양냉면처럼 첫 그릇에 배부를 수 없는 법. 비엔날레를 관람하고 귀가하는 길에 입맛을 다시며 괜히 건축에 대한 궁금함이 발현됨과 동시에 도시 문제를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맛의 지평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전시 장소들과 프로그램 일정을 확인해보도록 해보자.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식 웹사이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행사 정보
일시 | 2021년 9월 16일 ~ 2021년 10월 31일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