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예측건데 축구나 에그타르트 등 쏟아질 수많은 대답 중에 ‘건축’이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 대답들 사이에 ‘건축’이 앉을 자리 하나를 슬쩍 끼워 넣어보자. 건축? 포르투갈 건축이라… 많은 이들이 의아해할 수 있는 두 단어의 조합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을 터, 언젠가 소셜미디어에서 물결처럼 넘실거리는 백색 외벽 앞에서 찍은 사진들을 본 경험이 있다면 말이다. 익히 잘 알려진 파주 출판단지의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Mimesis Art Museum)의 경우,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로 시자(Alvaro Siza)의 작품으로 우리는 포르투갈 모더니즘의 구력을 이미 맛본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여기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또 다른 거장의 전시를 통해 포르투갈 건축을 향한 지변이 확장될 기회가 찾아왔다는 소식이다.

1월 17일부터 2월 28일까지 건축가 에두아르두 소투 드 모라(Eduardo Souto de Moura)의 전시 ‘건축가의 여정’이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진행된다. 1952년 포르투갈 포르투(Porto)에서 태어난 그는 조각에서 건축으로 전공을 변경하며 건축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5년간 알바로 시자를 사사한 이후 독립하며 1980년부터 현재까지 60여 개의 작품을 남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포스트 모던이 건축계를 침윤한 1980년대, 이러한 시류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언어를 구축한 그의 건축은 지역성-전통성과 현대적인 조형 언어 사이의 긴장감을 다양한 재료와 함께 표현한 것이 특징.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The Pritzker Architecture Prize)을 수상하게 되는데, 그의 대표작으로는 브라가 스타디움(Estádio Municipal de Braga), 포르투 지하철역(Metro do Porto) 등 있다. 이번 전시의 경우 포르투갈 비영리 건축단체 ‘건축의 집’(Casa da Arquitectura)와의 협업을 통해 소투 드 모라의 초기 스케치 드로잉, 사진, 도면, 모형 등을 선보인다고 하니, 이보다 소투 드 모라의 건축 세계와 친해질 자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the detail)란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의 명언이 무색하게 직관과 감각에 심히 경도되어 디테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보이는 디자인들이 쏟아지고 있는 현재,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과거 인터뷰에서 ‘이름을 알리기에 급급한 건축가들이 지은 동일한 종류의 빌딩들이 모든 도시를 뒤덮고 있다’고 한 바를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은 아닐 듯 보인다. 작품에 대한 진지함과 디테일을 향한 고집이 고리타분함과 아집으로 둔갑되고 있음에 우리는 낯설었던 미지의 영역에서 그 가치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모더니티의 정수가 눅진하고 얼큰하게 담겨 있는 소투 드 모라의 작품과 전시가 동시대 디자인계를 넘어 우리 삶에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지 신속하게 확인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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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정보

일시 | 2023년 1월 17일 ~ 2023년 2월 28일
장소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9)

이미지 출처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