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피티 아티스트들은 다수가 익명으로 활동하는 작업 특성상 작품에서 고유한 정체성을 만드는 것을 굉장히 중시한다. 이들은 벽에 작품을 그리기에 앞서 스케치북에 자신만의 표현과 기교 등을 연습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이때 사용하는 스케치북을 일명 블랙북(Black Book)이라 부른다. 서로의 블랙북에 태그(tag) 등을 그려주며 교류하는 것 역시 그라피티의 전통이다. 따라서 거리에서 완성된 그림은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그것의 토대가 되는 블랙북은 중요한 기록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거리에서 활동하는 한국 그라피티 & 스트리트 아티스트 58인의 스케치를 엿볼 수 있는 전시 ‘Sketch Session #1’이 11월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마포구 신수동에 있는 1pxOffline(다양한 삶을 발표하고 실험하는 ‘문화 프로토타입’의 공간)에서 열린다. 아티스트마다 최소 5점에서 최대 20점의 중요한 스케치들을 공개할 예정. 특히 이번 행사는 그라피티 아티스트가 직접 주체가 되어 일궈낸 전시로, 600점 이상 다양한 스타일들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놓이며, 그들이 제작한 각종 스티커, 포스터 등 다양한 인쇄물이 전시장에서 무료 배포된다. ‘Sketch Session’은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의 치열한 고민과 수많은 교류의 흔적이 녹아 있는 블랙북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거리의 골칫덩어리 취급에서 광고나 영화, 드라마 등 각종 배경을 거쳐 주요 미술관에서 주목하며 현대미술의 한 범주로 자리 잡은 그라피티. 이번 전시는 그 이면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니 관심이 있다면 참여해보자.